[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한상훈(36)은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소속팀은 없지만 불안하지 않다. 혹시 내가 필요한 팀이 있다면 달려갈 수 있다"는 그는 "한화팬들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는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30일. 10개 구단이 보류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한상훈의 입지에 변화가 생겼다. 한화가 한상훈을 비롯한 몇몇 선수를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다. 조건 없는 방출이 아닌, 임의 탈퇴로 선수로 묶어놓을 경우, 구단과 선수가 합의를 한다면 신고선수 신분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화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여러 구단들이 수술 등으로 오랫동안 기용할 수 없는 선수를 이런 방법으로 '유지'해왔다. 보유할 수 있는 선수는 65명 뿐이기에 일종의 '편법 운영'을 하는 셈이다.
이때문에 KBO는 올해부터 웨이버 공시일 제한을 철폐하고 1년 내내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선수들의 권익 보호가 더 우선이 된 셈이다.
한상훈은 지난달 잔여 연봉 지급 문제로 다시 한번 주목의 대상자가 됐다. 한상훈은 FA 계약 기간이 2년 남아있는데다 해당 연봉 4억원을 받을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급 방식 등을 놓고 구단과 이야기가 오갔고, 이 과정이 언론에 공개됐다. 그리고 결국 한상훈은 팀을 떠나기로 했다. 잔여 연봉 지급에 대한 문제도 구단과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
한상훈은 30일 오후 늦게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오늘 선수협 보도자료를 통해 팬들에게 편지를 남겼는데.
"인사를 하긴 해야겠는데, 시즌이 시작하게 되면 인사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았다. 팬들에게 인사는 해야겠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어떤건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이 방법이 가장 나을 것 같았다. 편지는 전부터 써놓고 있었는데 방법을 못골랐다."
-많이 아쉬울 것 같다.
"많이 아쉽다. 계속해서 한 팀에서 뛰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안좋게 나오게 된 것이니까 아쉽다."
-구단과는 잘 마무리가 된 것인가.
"사실 완전한 마무리는 아니다. 합의 단계까지 왔다. 구단이 연봉은 다 지급을 해주시기로 했는데 아직 합의서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완결짓지는 못했다. 그래도 마무리 단계라도 보시면 될 것 같다."
-운동을 계속 하고 있었던걸로 아는데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지금 문경에 있는 학교에서 재능기부 겸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아서 몸 상태는 무척 좋다. 팀을 떠나기로 했지만 몸을 만들면서 연락을 기다리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재능기부?
"문경 글로벌 선진학교와 제 친구가 있는 파주 금릉 중학교 야구팀에서 아이들을 봐주고, 나도 훈련을 하고 있다. 여태까지 내가 받았던 것들을 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을 해봤는데,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한국프로야구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누렸던 것들을 함께 나누면 좋은거니까."
-만약 다른 팀과 계약을 한다면 당장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인가.
"그렇다. 발 부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지금은 건강하다.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어서 몸상태는 이상이 없다."
-한화에서 13년을 뛰었으니 정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고민을 많이 했다. 솔직히 이번에 편지를 쓴 것도, 내 입장에서는 구단과의 이야기가 다시 언급되는게 서로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지로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13년동안 응원해주신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냥 나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또 이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혹시 이대로 선수 생활을 접을까 걱정되지는 않나.
"다른 팀과 계약을 할 수 있는 것은 좋겠는데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렇다고 초조하거나 불안하지는 않다. 만약 연락이 안오면 그것은 그것대로 받아들이면 되는거고, 나를 필요하다고 하시면 거기에 맞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후 구단과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사실 나는 그동안 프로 생활을 하면서도 모르고 있었다. 간혹 어린 선수, 신인급 선수들이 약간의 편법으로 임의 탈퇴로 묶이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내가 당사자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는 사실이 선배로서 너무 부끄러웠다. 어쨌든간에 이런 문제가 알려져야 KBO 차원에서도 걸고 넘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도록 선배로서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어린 후배들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야구를 해야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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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