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승패는 의미가 없었다. 이세돌 9단이 인간 한계를 향한 마지막 도전을 아름답게 마쳤다.
이세돌 9단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5번기 최종국에서 아쉽게 돌을 던졌다. 이로써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1승 4패로 끝냈다.
인공지능을 상대한 이세돌 9단은 1~3국을 아쉽게 패하면서 승리는 놓쳤다. 대국 전 예상과 180도 틀어진 결과였다. 1국이 열리기 전만 해도 바둑은 인공지능이 넘어설 영역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알파고는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앞세워 탄탄한 바둑을 폈고 이세돌 9단을 연거푸 꺾어내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세돌 9단은 "충격이 없지 않다. 그래도 알파고가 완벽하지는 않다. 약점이 있다"면서 "인간이 패한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졌을 뿐"이라고 정리했다.
알파고와 시리즈를 이기지 못했지만 승패가 나뉜 뒤 가벼운 마음으로 남은 대국에 임한 이세돌 9단은 조금씩 알파고에 적응한 듯 인공지능을 대했다. 4국도 어렵게 진행됐으나 78번째 수를 통해 판세를 뒤집으며 역습에 성공했다.
의미 있는 1승을 올린 이세돌 9단은 또 한 번의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뻔히 알파고의 강점이 백으로 대국하는 것을 알면서도 최종국을 흑으로 임했다. 이번 대회는 백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룰로 진행해 흑을 잡는 것이 불리함에도 승부사 기질을 숨기지 못했다.
최종국에서도 이세돌 9단의 도전은 여럿 보였다. 집계산에 탁월한 알파고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끝내기까지 끌고갔다. KBS 바둑해설위원으로 참여한 박정상 9단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미세한 승부로 끝까지 가는 것은 지옥이라고 표현했다"면서 알면서 지옥을 향해 달려든 이세돌 9단의 패기를 높게 평가했다.
5시간이 넘는 접전 끝에 이세돌 9단은 아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불계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의 바둑은 인간 바둑의 도전정신을 잘 보여줬고 아름다운 여정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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