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01 07:12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기자로 일하다 보면 출퇴근 시간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e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 나가다 보면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그렇다 보니 다음 날 늦게 출근길에 나서게 된다.
오후 출근길은 조금 색다르다. 정장을 입은 회사원이나 교복을 입은 학생이 가득 찬 풍경이 아니다. 오전의 가득 찬 지하철이 아닌 조금 한가한 분위기다. 지하철 역사도 마찬가지다. 바쁘다기보다 여유가 느껴질 정도다.
어느날처럼 출근길에 올랐을 때 낯익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버프걸로 활동 중인 김시내였다. 롤챔스 경기 전 무대에 올라 관중들에게 경기 관람시 유의 사항과 함께 이벤트를 진행하고,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 입구에서 가장 먼저 팬들을 맞아주는 그녀를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것.
서로 잠시 놀랐지만, 지하철을 타고 같이 용산으로 향하며 몇 가지 대화를 나눴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늦은 시간 귀가에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늦게 귀가하면 힘들지 않아요?" 롤챔스가 빨리 끝나면 오후 8시 30분이나 9시지만, 한 경기라도 놓칠 수 없는 팀들이 신중한 플레이를 거듭하면 경기 종료 시각은 더 늦어진다.
"일 자체는 힘들지 않은데, 집이 멀어서 경기가 늦게 끝난 날은 집에 갈 때 피곤해서 지하철 안에서 가끔 졸기도 해요. 집에 도착하면 매일 씻고 자느라 바쁘고요. 그래도 적응돼서 이제 할 만해요. 첫 날은 집에 오자 마자 그냥 자버렸고요."
경기장에서 그녀를 만난 건 지난 1월 13일 롤챔스 개막일이다. 롤챔스 버프걸로 처음 활동한 그 날 그녀는 분주해 보였었다. 하지만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의 모습이나, 대화하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보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사람을 대하는 건 성격이 맞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현장에서 언제나 밝은 모습이었다. "버프걸은 어떻게 신청하게 된 거에요? 지원할 정도면 게임도 좋아 할 거 같네요."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롤챔스 경기장에서 활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성격은 맞아도, 어느 정도 용기도 필요한 일이다.
"친오빠가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저도 뒤에서 많이 보고 자연스레 게임을 접하게 된 거 같아요. 리그 오브 레전드도 접하게 된 이후로 열심히 해서 골드5 정도까지 올라갔고요. 언제나처럼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 공략을 보려고 했는데 연관검색어로 버프걸이 보였죠. 그래서 한 번 보니 마침 버프걸 모집 중이었어요. 그래서 덥썩 신청했죠."
"면접에서는 어떨 걸 물어봤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에 대한 이해도하고 학기 중에도 활동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셨죠."
아. 그렇지. 방학이니까 평일에도 무리 없이 계속 버프걸로 활동할 수 있었구나. 하지만 학기 중에는 힘들지 않을까? "최대한 수업 시간표를 월요일과 화요일에 다 들을 수 있도록 조정했어요. 아직 대학 3학년이라 조금은 여유가 있어서 버프걸 활동 욕심을 낼 수 있어서 다행이죠."
"이틀에 학점을 다 들으려면 힘들 텐데, 버프걸로 활동하고 싶은 이유가 있었어요?" 학업과 버프걸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을 듯 보였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괜찮다' 였다.
"버프걸이 되기 전 세 번 정도 친구들하고 용산에 경기를 보러 왔는데, 당시 버프걸로 활동하시는 분이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반짝반짝 빛나 보였달까? 리그 오브 레전드도 좋아하고, 사람들과 게임 이야기하는 거도 좋아해요. 합격 통보를 받고는 믿기지 않았어요. 그리고 나서 좋기도 했는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죠. 하지만 첫날은 긴장돼서 뭘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20대 초반이라면 좋아하는 걸 하면 힘든지 모르는 시기니까. 이야기하는 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처음에는 다 낯설었는데, 이제 적응되니까 현장 공지하는 거도 관객분들하고 대화하는 거도 다 즐거워요. 저보고 힘들지 않으냐고 걱정해주시는 분도 있고, 가끔 선물을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중에서도 직접 구운 쿠키를 받은 게 제일 기억나요."
"한 라운드를 마쳤는데 기억나는 선수는 있어요?" 유난히 인터뷰나 부스 내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많은 이번 롤챔스였다. "아무래도 아프리카 프릭스 '익수' 전익수 선수의 '앙~ 기무띠!'가 최고 아닐까 해요. 그리고 kt 롤스터 '플라이' 송용준 선수가 조은정 아나운서한테 악수 청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라면 엄청나게 당황했을 텐데, 조은정 아나운서가 정말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어느덧 지하철이 용산에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경기장으로 걸어가며 다음 라운드에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봤다. "버프걸이 되면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가더라고요. 아쉬워요. 항상 오셔서 저보고 좋은 이야기 주시는 분들을 위해 현장 스케치 외에도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게 인터뷰 같은 거도 준비 중이에요."
한창 경기를 준비 중인 경기장에 들어서며 그녀는 경기장을 방문하는 관중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항상 오셔서 인사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리고, 부담 없이 대화 걸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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