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오키나와(일본), 박진태 기자] 2007 KS 승리투수, 2008 KS 마지막 세이브, 2009 KS 끝내기 홈런.
SK 와이번스는 2007시즌 감격의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말그대로 왕조시대를 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2001년 비룡 군단에 합류한 채병용은 SK의 산증인과 같다.
2007년 한국시리즈 6차전 승리투수로서 팀의 첫 우승을 이끌었던 채병용은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김현수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던 투수다. 영광만 있을 것 같았던 그에게도 곧 시련은 찾아왔다.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오른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나지완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그는 한동안 마운드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채병용에게 시작된 기나긴 재활과 군 복무. 8시즌 동안 팀을 위해 던진 팔꿈치가 고장이 났고, 우리가 1군에서 다시 그를 만나기까지는 2년이나 필요했다. 채병용은 SK라는 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선수 사이의 정, 팬들과의 정이 있는 구단이다"라며 "이 정 때문에 SK에 계속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잔정이 참 많은 팀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서 채병용은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발로 등판했고,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마지막 투수였다. 그리고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끝내기 홈런도 맞아봤다"고 이야기했다.
2013년은 SK에게 영원함은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 시즌이었다.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SK는 2013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2014년 역시 마지막 경기까지 LG 트윈스와 티켓 한 장을 놓고 경쟁을 했지만 고개를 숙여야 했다.
당시를 회상한 채병용은 "2013~2014시즌에는 부상자도 많았고, 팀이 뭉친다는 느낌이 없었다"며 "잘 되가다가도 안 되면 금방 움츠러들었다. 빨리 포기를 하는 분위기가 나오기도 했다. 무엇을 해도 안 될 것이라는 분위기와 개개인이 내가 해야한다는 강박관념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채병용은 "2014시즌 후반기에 접어들자 바뀌었다"며 "외부에서 '왕조가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모두들 해보자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선수단 모두 팀을 위해 희생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작년 SK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며 세 시즌만에 가을야구로 복귀를 했다. 그러나 SK에게 가을야구는 단 한 경기뿐이었다. 이것이 SK가 올 시즌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한 이유이다. 채병용은 "작년 7~8월 들어 팀 타격 흐름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며 "타선이 부진하자 투수진은 반드시 지켜야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올해는 타선이 많이 향상된 느낌이다"라며 기대했다.
어느덧 15년 차 베테랑이 된 채병용은 SK 그 자체다. SK 왕조의 한 페이지에는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들어가있다. 훗날 채병용이라는 선수는 SK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될까. 분명한 것은 올 시즌 역시 채병용은 묵묵히 팀을 위해 그라운드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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