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여러 포지션을 꼭 한자리처럼 소화하는 이들이 있다. 어느 자리에서나 제 역할을 해내는 멀티플레이어의 존재는 장기 레이스의 필수다. 지난해 트레블을 달성해 수많은 대회의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FC바르셀로나로선 여러 명의 임무를 담당하는 존재는 힘이 된다.
스타가 즐비한 바르셀로나에서 살림꾼 역할을 하는 이는 신예에 가까운 세르히 로베르토(24)다. 중앙 미드필더가 원포지션인 로베르토는 올 시즌에만 7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구멍이 난 바르셀로나에 기둥을 자처하고 있다.
로베르토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열린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2015-16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0라운드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가 왼쪽 풀백으로 뛰었다. 경기 도중 부상으로 빠진 호르디 알바를 대신해 자리를 소화했다. 평소 뛰던 역할과 전혀 다른 곳이었지만 로베르토는 큰 문제 없이 남은 시간을 보냈다.
돌발상황에도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고민 없이 로베르토의 포지션 이동을 택했다. 갑자스런 구멍을 메울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로베르토는 탄탄한 주전의 입지는 아니어도 감독의 굳건한 신뢰를 얻고 있다. 올 시즌 그가 소화한 포지션만 7개로 공수를 넘나들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 '스포르트'는 로베르토의 포지션 통계를 통해 좌우 윙포워드, 중앙 미드필더, 좌우 수비형 미드필더, 좌우 풀백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시도된 것은 오른족 풀백 변신이다. 엔리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치른 프리시즌부터 로베르토를 풀백으로 활용했다. LA갤럭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는 미드필드와 수비를 번걸아 봤지만 첼시전에서는 더글라스가 부상으로 빠진 뒤 수비수로 들어가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엔리케 감독은 당시 "로베르토는 흥미로운 자원"이라며 만족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시즌이 시작한 뒤에는 더욱 다양하게 활용됐다. 주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왼쪽 7회, 오른쪽 6회)로 중용되면서도 오른쪽 윙포워드(6회)도 곧잘 섰다. 리오넬 메시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교체로 나서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주자 한 차례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주전들이 자리를 비우면 수비형 미드필더(2회), 오른쪽 풀백(2회), 왼쪽 풀백(1회)까지 도맡아 나섰다.
각 포지션에 세계 최고가 버티고 있는 바르셀로나에서 아직 덜 여문 로베르토가 생존하는 방식은 다재다능함이다. 바르셀로나의 스타 선수 중 올 시즌 그 누구보다 바쁘게 뛰는 것이 로베르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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