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푸르른 쌍문동 청춘들과 따스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남편찾기에 낡아버렸다.
지난 16일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가 20회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 19%를 돌파하며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주목받았던 것은 '남편찾기'였다.
앞선 '응답하라'시리즈가 그래온 것처럼 이번에도 남편찾기는 이어졌다. 성시원과 성나정에 이어 성덕선(혜리 분)의 남편이 누구냐를 놓고 시청자들은 매 회 복선 찾기에 몰두했다. 색깔론, 인형론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들이 온라인상을 통해 쏟아졌다.
초반 우세했던 것은 정환(류준열)과 선우(고경표)였으나 이내 선우가 보라(류혜영)을 짝사랑해온 사실이 밝혀졌고, 이어 최택(박보검)이 등판하며 본격적인 남편찾기 전쟁이 시작됐다.
남편이 밝혀지기 전까지 '어남류'라는 말이 극 초반부터 나온 것은 드라마가 정환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 컸다. 극의 중반부까지는 덕선을 지켜보고 그를 배려하며 좋아하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졌다. 버스에서 덕선을 지켜주거나, 일찍 다니라고 말하며 그가 돌아올 때까지 불을 끄지 않고 기다리거나, 소개팅을 하지말라고 이야기하는 등 그가 덕선을 향해 갖는 감정을 시청자들도 함께 따라갔다.
그러나 먼저 친구들 앞에 덕선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한 택이의 이야기 이후 정환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그 사이 택이 성큼성큼 덕선에게 다가가는 모양새였다. 당시 정환은 줄곧 공부에 전념하는 모습이 주로 담겼고, 그 사이 택은 덕선과 꿈인 줄만 알았던 키스까지 나누며 상황을 역전시켰다.
'응답하라 1988'은 매 회, 매 장면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 팬덤이 존재하는 특수한 드라마다. 앞선 시리즈를 통해 학습된 영리한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드라마의 다수의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며 남편찾기라는 '놀이'를 함께 즐겨왔다.
남편찾기는 시청률을 끌어올린 것은 물론 화제성 면에서도 한 축을 담당했다. 궁금증을 유발하고 추리하는 방식도 좋다. 해당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은 만큼 마무리도 좋았어야 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내놓은 '떡밥'을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후반부에 수습하는 수준으로 극이 흘러갔다. 남편은 최택이고 남자주인공이 김정환이냐는 누리꾼들의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7월부터 일찌감치 촬영에 돌입했던 드라마임을 감안한다면 막판 무너진 완성도는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끝내 캐릭터들이 '낚시'를 위해 소모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응답하라 1988'을 관통한 것은 우리의 그 시절 청춘과 가족이었다. 서로 다른 가족들의 따뜻한 일상들을 담아내며 중년 시청자들까지 끌어당겼다. 성동일, 이일화, 김성균, 라미란, 최무성, 김선영, 류재명 등 중견 연기자들의 호연까지 어우러졌다.
시위에 앞장선 딸이 행여나 잡혀갈까봐 눈물을 흘리며 맞서거나 혼자 된 딸을 보러와서 일일이 챙겼던 어머니의 마음은 세대와 성별을 초월해 눈시울을 적셨다. 딸이 선물했다는 이유로 맞지 않는 구두를 신고 결혼식에 나서고, 의붓아버지를 제 아버지라 소개할 수 있게된 가족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예 남편찾기가 중심이 됐던 '응답하라 1994'와 달리 '응답하라 1988'은 코믹가족극이라는 말에 걸맞게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은 펼쳐져 공감을 더했고, 시청자들은 채널을 고정했다.
괜찮은 가족극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응답하라 1988'은 과도한 남편찾기로 인한 부담감으로 푸르른 청춘들의 고민과 성장을 빛바라게 만든 듯 하다.
한편 '응답하라 1988' 후속으로는 '시그널'이 방송된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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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