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김현수(27,볼티모어)는 또 한 명의 선구자가 될 수 있을까.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24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현수와 2년 700만달러(약 82억원)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메디컬 테스트까지 마친 공식 발표다. 이로써 김현수는 류현진(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에 이은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네번째 선수가 됐다.
그동안 KBO 타자들 중 메이저리그 진출은 '거포'만이 꿈꿀 수 있었다. 지난시즌 종료 후 강정호가 KBO리그 야수 출신 최초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했고, 올 시즌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1285만 달러(약 148억원)라는 거액의 포스팅 비용을 이끌어 낸 뒤 4년 1200만달러의 연봉 계약을 맺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직전 해인 2014년 KBO리그 유격수 최초로 40홈런을 기록했고, 박병호 역시 KBO리그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 고지를 돌파했다.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운 파워를 지니고 있다.
반면 김현수는 9시즌 동안 기록한 홈런이 142개다. 20홈런을 넘긴 시즌이 세 번 있고, 올 시즌 28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일발 장타력'을 뽐냈지만 김현수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고 하면 강력한 파워보다는 선구안과 정확한 타격이다. 댄 듀켓 볼티모어 부사장을 비롯한 현지 언론에서는 김현수의 최대 장점으로 약 98%의 경기를 소화한 내구성과 통산 볼넷(597개)이 삼진(501개)보다 많은 선구안을 들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지난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15시즌 동안 2357안타 타율 3할1푼4리를 기록한 이치로와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으로 2012년 빅리그 진출 이후 3시즌 동안 통산 타율 2할 8푼7리를 기록한 아오키 노리치가가 교타자로 성공한 바 있다.
아직 KBO리그에서 직행한 메이저리거가 많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교타자로 성공한 사례가 없는 만큼 김현수에게는 '한국의 교타자도 성공할 수 있다'라는 임무가 부여된 셈이다.
김현수는 입단 소감에서 "(강)정호가 와서 잘해줬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선수들을 좋게 봐준 것 같다. 정호가 잘 다듬어 놓은 땅에 민폐가 되지 않도록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자부심도 많지만 그만큼 부담도 된다"고 밝혔다. 김현수의 말처럼 강정호의 활약으로 KBO리그를 향한 메이저리그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김현수가 정교한 타격을 바탕으로 '제 2의 강정호'가 아닌 '제 1의 김현수'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면 KBO리그를 향한 메이저리그의 시선을 다시 한 번 바뀔 것이다.
bellstop@xportsnews.com / 사진 ⓒ볼티모어 오리올스
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