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서로 생각이 잘 맞았다. 협상하는 동안 어려운 점이 없었다."
홍명보(46) 감독이 항저우 뤼청의 지휘봉을 잡은 이유를 전했다. 내년부터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의 사령탑에 오를 홍 감독은 22일 서울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홍명보장학재단 자선축구 미디어데이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중국행을 결정한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홍 감독은 1년반 가까이 현장에서 멀어져 조용히 지냈다. 쉬는 기간 동안 지난 시간을 복기했던 홍 감독은 도전의 열정이 생기자 지도자 2막에 나서기로 결정했고 행선지로 중국 항저우를 택했다.
항저우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팀으로 중국에서도 빅클럽에 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하위권에 가깝다. 올해 항저우는 리그 11위를 기록했지만 강등권과 승점 차이가 불과 2점에 불과했다. 그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홍 감독과 여러모로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비단길 대신 가시밭길이 펼쳐져있지만 항저우가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엔 이유가 있다. 우선 독소조항을 과감하게 지웠다. 중국은 흔히 감독과 계약할 때 성적 부진에 대한 독소조항을 삽입한다. 설정한 기간 동안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구단이 일방적으로 경질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항저우는 홍 감독이 우려하던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데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홍 감독은 "구단에서 독소조항을 모두 없앴다. 그런 것을 빼주는 것이 쉽지 않은데 구단에서 내게 양보를 많이 해줬다"고 밝혔다. 독소조항이 사라지면서 홍 감독은 간섭 없이 계약기간 2년 동안 자신의 철학을 풀어낼 기회가 생겼다.
항저우가 갖춘 시스템도 홍 감독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홍 감독은 "항저우는 구단 운영을 합리적으로 하는 구단이다. 많은 돈을 투자해서 성적을 내기보다 어린 선수를 키워 발전시키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아무래도 청소년대표팀부터 시작한 경험이 있어 내 철학과 잘 맞는다. 한국과 중국 선수들이 다르긴 하겠지만 젊은 선수들을 키워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 보람이 크다. 특히 이 부분을 두고 항저우 구단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홍 감독이 항저우 사령탑을 수락하고 가장 먼저 보여준 행보도 구단 유소년총괄책임자인 전 일본대표팀 감독 오카다 다케시를 만난 것이다. 홍 감독은 "최근 일본에 가서 오카다 감독을 만났다. 그 전에 있던 감독으로 당시 지도했던 어린 선수들이 지금 1군에서 뛰고 있다. 정보 교환이 필요해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
구체적이지 않지만 어느 정도 틀을 그리고 있다. 홍 감독은 "아직 구단 상황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기존 틀을 가지고 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한국인 코치나 선수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며 1월 초 항저우로 건너가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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