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2015시즌 KBO리그는 두명의 화끈한 타자들이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교조차 무의미한 '갑 오브 더 갑' 에릭 테임즈(29,NC)와 박병호(29,미네소타)다.
1986년생 동갑내기인 테임즈와 박병호는 시즌 내내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라이벌로 꼽혔던 선수들이다. 두 사람 모두 소속팀에서 1루수로 뛰고 있으며 중심 타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또 파워를 기반으로 한 자신들만의 스윙 궤도는 상대팀들이 공포에 떨기에 충분하다. 넘치는 파괴력을 지닌 두사람의 강제 경쟁 구도는 2015시즌 KBO리그를 신들의 전쟁으로 만드는 흥미거리였다.
◆ 마이너 생활이 힘들어서 온 테임즈, 2년만에 KBO 제패
몇몇팀 감독들은 "테임즈가 대기 타석에서 한손으로 방망이를 돌리고 있는 모습만 봐도 두렵더라"고 농담을 했었다. 그만큼 테임즈는 겉으로 뿜는 에너지도 대단하다.
테임즈가 KBO리그에 온 이유는 '마이너리그 생활이 지겨워서'였다.
"'왜 안돼(Why not)?'라고 생각했다. 나는 마이너와 빅리그를 오르내리면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에이전트가 한국 이야기를 꺼내길래 주저하지도 않고 '가자!'고 답했다. 사실 미래는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행복하다. 한국에 온 것이 정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 테임즈, 2015년 6월 1일 본지 인터뷰 중에서.
모험을 즐기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해피 가이' 테임즈는 KBO리그 진출 2년만에 최정상급 타자로 인정을 받았다. 전 경기 출장에 가까운 142경기를 뛰면서 타율 3할8푼1리 47홈런 140타점 40도루로 타율 1위, 최다 안타 4위, 홈런 3위, 타점 2위, 출루율 1위로 대단한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역대 최초 사이클링 히트 2회, 역대 최초 40홈런-40도루를 역사에 남기면서 리그 MVP,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휩쓸었다. 내년 NC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테임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꿈 찾아 떠나는 박병호, 메이저리그로 간다
"나는 한국에서 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든 외국인 선수들에게 같은 말을 해준다.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어떤 선수들은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본인이 겪게 될 새로운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한다. '나라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데 어떡하지?' 하고. 하지만 이건 야구다. 야구는 어디에서 하든 똑같다. 그러니 마음을 열고 즐기라고 조언해준다." - 테임즈, 2015년 6월 1일 본지 인터뷰 중에서.
테임즈의 조언이 이제 박병호의 마음에도 사무치게 될 예정이다. 테임즈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KBO리그로 왔듯, 박병호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메이저리그로 떠난다.
4년 연속 홈런왕, 타점왕을 차지했던 박병호의 존재는 특별했다. 고교시절 4연타석 홈런으로 주목을 받았고, 1차 지명을 받아 LG에 입단했지만 그곳에서 박병호는 '만년 유망주'였다. 스스로도 많은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트레이드가 전환점이 됐다.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드 된 이후 박병호는 보란듯이 날개를 펼쳤다.
이승엽의 일본 진출 이후 무주공산이었던 '홈런왕' 왕좌는 박병호의 몫이었다. 역대 최초 2년 연속 50홈런 돌파까지. 한국 나이 서른에 KBO리그에서의 목표를 달성한 박병호는 이제 더 큰 곳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넥센의 박병호가 아닌, 미네소타의 박병호를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리그,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다. 물론 주위에 한국 선수들이 없으니 쓸쓸하겠지만, 메이저리그는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만 모여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뛴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많이 배우고 싶다. 늘 도전한다고 생각하겠다." - 박병호, 2015년 11월 29일 출국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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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