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지옥 훈련장'으로 불리는 SK의 가고시마 특별 캠프, 그 중에서도 포수조는 질과 양 면에서 눈에 띈다. 포수 김민식과 이현석은 거의 매일 같이 아침 특훈조에 편성돼 야간 훈련까지 모두 소화하고 있다. 이들은 "훈련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가면 그대로 뻗어버릴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포수들의 비명 소리 앞에는 단호한 눈빛의 박경완(43) 배터리 코치가 서있다. 박경완 코치는 고된 훈련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선수들과 타협하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박 코치가 캠프에서 맘 편하게 지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첫 코치 부임. 생각할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다.
-쌍방울 시절 조범현 배터리 코치(현 kt 감독)가 오면서 '이제 제대로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상상 이상의 훈련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코치님이 삼성에서 선수 그만두고 처음으로 배터리 코치를 하셨고, 나 역시도 배터리 코치가 없다가 처음으로 만난 배터리 코치님이었다. 그러다보니까 둘 다 서로 의욕이 강했다. 진짜 어떻게 보면 무식할 정도로, 상상도 못할 정도로 훈련을 시켰던 거 같다. 지금 와서 선수들을 시켜보니 '내가 진짜 많은 훈련량을 소화를 해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 때와 지금 선수들이 받는 훈련을 비교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솔직히 5분의 1도 안된다. 당시 나는 다른 선수들 운동이 끝나고도 두 세시간 정도를 더 했다. 오죽하면 선배들이 지나가면서 불쌍하다고 하면서 음료수를 던져주고 갈 정도였다. 근데 조범현 감독님은 그 음료수 마저 치우라고 했다"
-선수들이 지금 거치고 있는 과정이 결과로 돌아온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박경완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나와 비교를 하게 되는데, 지금 세대들의 훈련량으로 봤을 땐 많을 지 몰라도 따지고보면 지금 절대 많은 훈련량은 아니다. ’죽을 것 같습니다', '내일 운동 못할 것 같습니다' 하는데, 절대 아니다. 나도 해봤으니까. ‘못 음직이겠구나, 안되겠구나’ 할 만큼 지금보다 더 많이 훈련했어도 분명 이겨냈다. 어찌됐든 한번은 겪어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위치도 아니고 포수라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강해져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잘 가르치려고 한다"
-훈련 중 "공 하나 흘리는 걸 예사로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선수들에게도 항상 얘기하지만 다른 포지션과 다르게 포수는 무조건 수비가 우선이다. 타이트한 게임에서 누가 실수를 덜하느냐에 따라 상위팀, 하위팀이 갈린다. 큰 점수차로 이기는 건 어느 팀이나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1,2점 차 혹은 동점 상황에서 강한 팀이 분명히 위에 있는다. 그리고 공 하나로 경기를 내줄 수 있는 게 바로 포수 자리다. 내가 선수 때 많이 느꼈기 때문에 그런 걸 강조하는 거다.
제일 중요한건 기본이다. 기본에서 어긋나면 분명히 응용력도 떨어지고,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빈틈이 생긴다. 이런 기본 적인 것들을 연습 때 제대로 안 해놓으면 당연히 정식 경기에서는 나올 수가 없다. 다른 사람 열개 잘 잡고 하나 놓칠 때, 열 한개 잘 잡으면 이기는 거다. 그런 차이를 말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열개에 하나씩 놓치면 우리는 스무개에 하나씩 놓치면 된다. 그렇게 하려면 훈련량도 어느 정도 있어야하고, 지치면 지칠 때일수록 더 집중을 해야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게 가장 말하고 싶은 부분은.
"지금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되게 힘든 과정이다. 힘들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편하게 돈 벌고 싶지. 물론 그렇게 해서도 야구는 잘할 수 있지만 길게는 못간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걸 난 안다. 공 하나에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나는 롱런할 수 있는 선수를 원하지, 짧은 선수는 필요 없다. 꾸준히 할 수 있는 그런 선수를 원한다. 그런 선수가 되기 위해선 훈련과 생활, 여러 가지 복합적인 부분들이 많이 작용을 할 것이다. 그런 것들을 코치로서 풀어가야 하는 게 내 역할이다. 때로는 꾸짖을 수도 있고, 다독일 수도 있을 것이다.
완성된 포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나 역시도 어렸을 때는 절대 잘하는 포수가 아니었다. 많이 느끼고 배워가면서 하다보니까 이정도 위치까지 온 거고.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이 선수들도 그런 과정을 겪고있는 것이다. 나와 비교를 해보면 나보다도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런 장점을 살려줘야 하고, 단점을 보완해줘야 하는 게 내가 해야할 일이다"
-FA인 정상호를 논외로 한다면, 지금은 신진급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내고 있지만 이제 이재원과도 함께 해야한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내 판단으로 재원이는 아직 포수로서의 갈 길은 멀다. 올해 같은 경우도 포수 쪽에서 미스가 되게 많았다고 생각하고, 본인 역시 알 것이다. 더 좋은 포수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미스 플레이 많이 줄여야한다. 블로킹 미스가 제일 많았는데, 투수들이 원 바운드가 되는 낮은 공을 마음 놓고 던질 수 있게 하는 게 포수가 해야할 일이다. 그런 부분들은 좀 약하지 않았나 싶다. 경기 운영이나 송구에서도 분명 약한 부분도 보인다.
갖고 있는 재능이 워낙 좋은 선수기 때문에 수비 쪽으로 보강이 된다면 이재원 본인 뿐만 아니라 그 하나로 우리 팀이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여기 있는 김민식, 이현석과 서로 분명히 경쟁이 될거라고 생각이 든다. 가고시마에 재원이가 같이 왔서 움직였다면 참 좋은 그림이 그려졌을 것 같은데 아쉽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SK의 현재와 미래의 포수진을 꾸려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책임감도 남다를 것 같다.
"나도 어릴 때는 뭘 몰랐다.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게 바로 나의 역할인 것 같다. 지금 내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냐에 따라서 우리 SK 포수진이 조금이라도 성장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지시만 하던 옛날과는 달리 지금 코치와 선수는 동반자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하고, 선수들이 하겠다는 의욕을 보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분명히 앞에서 끌고 나가야하는 게 코치지만, 일단은 같은 포수로서의 리더가 돼야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부분들을 내 나름대로 깊게 생각하다보니 욕심이 크다"
☞ '현장 복귀' 박경완 "다시 입은 유니폼, 애착 남달라" [인터뷰①]
eunhwe@xportsnews.com /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