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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서울에 스며들던 공포, 트라우마 깬 '극장 우승'

기사입력 2015.10.31 15:31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조용운 기자] FC서울이 텐백 공포를 떨쳐냈다. 지난해 맛봤던 공포에 사로잡히던 순간, 트라우마를 날린 이는 다카하기였다.

서울이 17년 만에 FA컵 정상에 섰다. 서울은 31일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3-1로 제압했다. 

아드리아노와 윤일록, 몰리나 등 정예멤버를 총출동시킨 서울은 경기 초반부터 수비적으로 나선 인천에 파상공세를 펼쳤고 전반 33분에 터진 다카하기의 결승골에 힘입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서울은 작년에도 FA컵 결승에 올라 안방에서 잔칫상을 마련했다. 상대는 K리그 클래식에서 강등권에 머물던 성남FC였고 대체로 서울의 우승을 예상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반대였다. 서울은 수비일변도로 나온 성남을 공략하지 못했다. 득점 기회마다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힌 것도 한몫했다.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갔고 서울은 홈에서 성남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만 봐야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할 뻔했다. 이번 결승전도 안방에서 치렀고 상대 역시 하위 스플릿에 처져있는 인천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를 인정한 인천은 파이브백을 들고 나오면서 무실점에 대한 의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서울이 안고 있는 성남전 트라우마를 건드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인천은 전반 시작부터 11명 전원이 자기 진영으로 물러나며 버티는 쪽에 무게를 뒀다. 최전방의 케빈마저 측면 수비에 가담할 만큼 의도적인 수비 전술이었다.

이번에도 서울은 일방적인 공격을 폈다. 작년 실패를 곱씹어 라인을 과감하게 올리면서 슈팅을 퍼붓는데 주력했다. 전반 22분 아드리아노의 슈팅을 시작으로 윤일록, 몰리나가 연달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서울은 인천 유현 골키퍼 선방에 탄식을 내뱉어야 했다. 유현 골키퍼는 지난해 성남의 박준혁 골키퍼가 그랬듯이 서울의 슈팅을 모조리 차단했다. 

보이지 않는 힘에 조금씩 서울이 지쳐갈 때 한방이 터졌다. 지난해 악몽을 경험하지 않았던 새 얼굴 다카하기가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인천의 골문을 열었다. 연이은 선방으로 무실점을 이끌던 유현 골키퍼도 손을 뻗었지만 실점을 피할 수 없었다.

기분 좋게 출발한 서울이지만 후반 중반에는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다. 조금은 일찍 지키기에 나섰던 서울은 후반 27분 인천 이효균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흐름이 잠시 끊겼다. 

1-1을 만든 만큼 인천의 전략은 지키기였다. 연장으로 끌고가는 것이 인천으로선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다. 종료 3분 전까지 골을 터뜨리지 못하던 서울은 인천 전략에 발목이 잡히는 듯했다.

그때 아드리아노와 몰리나가 해결사로 나섰다. 아드리아노는 후반 42분 상대 수비수의 공중볼 처리 미흡을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킬러의 한방이 필요할 때 제몫을 해줬다. 

몰리나는 우승을 자축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공격권을 잃지 않은 몰리나는 코너킥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광경을 연출하며 3-1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1골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던 예상은 후반 막판 서울의 연이은 골로 보기 좋게 깨졌다. 연장 공포가 스며들 때 서울이 눈을 떴고 극장 승리로 우승을 자축했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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