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타석에 서서 1번 잘해도 2번 못하면 욕 먹는 자리다."
두산 베어스 3번 타자 민병헌(28)은 자신의 타순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만큼 찬스가 많이 오는 자리였다. 하지만 "절대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양손을 휘저었다. 단지 해결을 해야하는 책임감이 있는 자리라는 걸 설명하고 싶었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올 포스트시즌에서 화제의 중심은 '3번 타자'였다.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넥센은 3번 자리를 두고 고민이 컸다. 결국 3번 부담감에 시달리는 이택근의 타순을 조정하기도 하고 선발 라인업에서 빼기도 했다. 하지만 큰 소용은 없었다. 마지막까지 염경엽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게 3번 타자였다.
3번 사정은 두산도 마찬가지였다.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4차전을 치르는 동안 3번 자리의 이름도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비슷했다. 1차전에는 민병헌이 4타수 무안타, 2차전에는 박건우가 4타수 무안타, 3차전에는 박건우가 3타수 무안타, 4차전에는 민병헌이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3번 로테이션을 끝냈다. 플레이오프부터 3번 자리에는 계속 민병헌이 들어섰다. 방망이 사정은 비슷했지만, 큰 무대 경험이 더 많았던 덕분이었다. 1차전 민병헌은 멀티홈런을 때려내며 4타점을 올렸고, 김태형 감독은 "병헌이가 앞으로도 3번에서 꾸준히 잘해주길 바란다"며 기대했다. 하지만 2차전 3타수 무안타, 4차전 5타수 3안타 2타점, 5차전 4타수 무안타로 성적은 널뛰기를 반복했다.
한국시리즈 들어서 김태형 감독의 믿음은 결국 통하고 있다. 1차전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2차전 4타수 1안타 3타점으로 방망이가 깨어났다. 특히 2차전 감각은 절정이었다. 5회초 2사 만루 찬스에서는 선발 장원삼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고, 7회 1사 만루 찬스에서는 투수 심창민을 상대로 희생플라이로 타점 하나를 추가했다. 이날 결과는 6-1 두산승, 이 중 절반이 민병헌의 방망이에서 나온 셈이다.
밥상이 많이 차려지는 만큼 영웅이 되기도, 역적이 되기도 쉬운 자리가 3번이다. 2번 찬스를 무산시키면 한 번 성공시킨 공로는 잊혀진다. 하지만 민병헌은 이미 그 사실을 잘 알고있다. 김태형 감독이 붙박이 3번으로 결정한 이유이자, 민병헌이 결국 깨어날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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