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모 외국인 선수가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왜 포수를 '안방마님'이라고 부르는건가요?"
어느 나라에서나 야구 규칙은 같다. 하지만 포지션별로 중요시 생각하는 비중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KBO리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주전 포수를 '안방마님'이라고 불렀다. 남자들이 하는 프로야구에서 여성형 대명사를 쓰는게 새삼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만큼 포수가 맡는 역할은 특수하고도 특별하다.
2년만에 한국시리즈에 다시 진출한 두산 베어스의 확고한 안방마님은 양의지다. 과거에는 포수들이 대부분 수비에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공격형 포수들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10개 구단을 통틀어 포수가 클린업 트리오에 붙박이로 출전하는 것은 3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무엇보다 포수 양의지가 갖는 이점은 기본에 충실한 수비다. 언제든 한 방을 쳐낼 수 있는 공격력과 함께 볼배합, 리드, 블로킹 등 가장 기본이지만 어쩌면 가장 지키기 어려운 부분을 책임감 있게 해내는 포수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파울 타구에 맞아 발 부상을 입었을때 두산 벤치가 '철렁'했던 까닭은 양의지이기 때문이다. '안방마님'이 뜻밖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다면, 장기전도 아닌 단기전에서는 1명 그 이상의 손실이 된다. 이는 양의지가 결장했던 3차전 경기 내용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물론 다른 요건들이 원만치 않아 일찌감치 흐름을 넘겨줬고, 유망주 포수 최재훈도 수비와 타격에서 최선을 다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재훈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만큼 잘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감쌌지만, '양의지가 다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발가락 미세 골절상을 입은 양의지가 부상 투혼을 발휘해 경기에 나서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투수와 야수의 중간 지점에서 그라운드 위에 있는 8명의 선수들을 유일하게 등이 아닌, 앞모습을 보는 안방 마님으로서의 조율자 역할에도 힘이 실리는 것이다.
양의지는 플레이오프 5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팀이 0-2로 뒤진 상황에서 추격의 신호탄을 마련한 솔로 홈런도 컸지만, 든든한 그의 존재가 팀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도 충분히 고려됐을 수상이다. 양의지는 앞선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MVP로 선정된 바 있다. 그가 MVP를 수상한 2번의 경기 모두 두산이 다음 단계 진출을 확정지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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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