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피하지 않습니다. 맞더라도 승부해야죠."
1차전 7-0 대승하며 준플레이오프를 산뜻하게 시작했던 두산이다. 하지만 2차전 1-2 석패, 3차전 16-2 대패를 당하며 궁지에 몰렸다. 특히 3차전 14점차 패는 경기 내용 자체가 좋지 못했다. 선발 유희관은 3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고, 6명의 불펜진 중 누구 하나 위기를 끊어내지 못했다.
벌떼 불펜이 가동된 와중에도 아껴놓은 카드가 있었다. 바로 마무리 투수 이현승(32)이다. 준플레이오프 두산 불펜의 반전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던 마무리 투수는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미 손 쓸 수 없이 벌어진 점수차 탓이었다. 이제 4차전 배수진을 김태형 감독은 "이현승을 최대 3이닝 정도 쓰겠다. 초반에 써서 가다가 다른 투수로 가더라도 위기가 오면 올리겠다"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사실 정균시즌만 보면 NC전 성적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5경기에 등판해 2세이브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은 11.25까지 치솟았다. 이제 1패면 한국시리즈를 향한 희망도 꺾이는 상황. 상대전적에 관계 없이 무조건 1승이 필요하다. 이현승 역시 "그 때와 지금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그 땐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번에 만나면 재밌을 것 같다"며 "넥센 상대로도 세이브 하나도 없었고 성적도 안 좋았다. 하지만 부담갖지 않았다. NC도 마찬가지다"라며 잘라 말했다.
마무리로서의 부담감도 이겨낸 이현승이었다. "오히려 시즌때보다도 부담감은 없다. 위에서 따로 부담주는 사람도 없다"며 "단기전에서는 여유있는 팀이 더 잘한다. 누가 더 긴장을 덜 하느냐의 차이다"라며 베테랑의 여유를 보였다.
리그 최고의 강타선을 가진 NC이지만 이현승은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NC에는 나성범, 테임즈 등 좋은 타자들이 많다. 그래도 나가게 되면 피하지 않고 맞더라도 승부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일종의 전략이었다. "잘치는 좌타자가 나와도 거르지 않았다. 뒤에도 좋은 타자는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의아하게 승부해서 잡아낸 경우도 많았다"며 "정면승부해야 보는 사람도 재밌고 이기는 사람도 희열이 크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마지막 승부사 다운 모습이었다.
"테임즈는 좋은 타자다. 하지만 나한테는 별다를 게 없다. 40홈런을 쳤어도 나한테는 안 쳤다." 너스레를 떨었지만 진심이 담겨 있다. 3점 이내의 리드를 유지한 채 경기를 끝내는 게 마무리 투수의 최대 임무다. 위기 상황이 오면 누구에게 맞는 건 중요치 않다. 누구에게든 맞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게 이현승의 생각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시리즈 4차전, 이현승은 다시 한 번 두산의 승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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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