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울산, 김형민 기자] 울산 현대가 올 시즌을 무관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마지막 보루였던 FA컵도 이들을 외면했다. 이제 남은 것은 K리그 클래식에서 벌어질 하위스플릿 5경기다. 남은 경기를 통해 올 시즌 유종의미를 거둬야 하는 일만 남았다.
5경기를 통해 특별한 소득 같은 것은 없겠지만 울산과 윤정환 감독으로서는 중요한 마지막 일정이다. 기대했던 트로피나 괄목할 만한 성적표는 없지만 울산은 윤정환 감독과 다음 시즌도 함께 하기를 그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5경기는 윤정환 감독의 울산이 달라질 가능성을 재어 볼 수 있는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임 첫 해를 그렇게 마무리하는 윤정환 감독으로서는 K리그에서 겪은 쓴맛에 익숙해져야 하는 필요성도 갖고 있다.
윤정환의 축구는 간파 당했다
일부 감독들은 K리그에서의 경쟁을 두고 밀림의 왕국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치열하고 수싸움도 상당하다. 팀들 간에 서로를 분석하고 집요하게 노려서 승리를 따내는 빅매치들은 올해에도 상당히 많았다.
그 사이 윤정환 감독의 축구도 사실상 간파 당했다. 일부 팀들은 이제 울산을 어떻게 대적해야 되는지를 알고 있는 눈치다. 처음에는 울산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웠다. 일본 J리그에서 넘어온 윤정환 감독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때에는 지금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시즌 초반 울산은 잘나갔다. 윤정환 감독의 성공적인 연착륙이 그려졌다. 개막하자마자 2연승을 포함해 4경기에서 3승 1무를 기록했다. 특히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사실은 울산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후부터 내리막길이었다. 4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두면서 물음표가 붙더니 10경기동안 승리를 챙기지 못해 상위권에서도 멀어졌다. 시즌 초반에 비해 중반에 승점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울산은 결국 하위스플릿으로 향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타 팀들의 울산과 맞붙었을 때의 내성이 길러지면서 비롯된 결과였다.
마지막 남은 FA컵도 그렇게 탈락했다. 4강에서 만난 최용수 감독은 울산의 축구에 대해 이해가 잘 되어 있었던 표정이었다. 공격 2선의 영향력이 별로 없다고 봤다. 울산은 단순하지만 위협적인 높은 공격을 펼치는 것을 감안해 공격 2선을 적극적으로 막기 보다는 최전방에 서는 김신욱과 양동현을 봉쇄하는 데 초점을 둬 울산의 창 끝을 틀어막고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K리그가 처음이었던 윤정환 감독의 사정
부임 첫해여서 윤정환 감독 개인적으로도 어려웠던 부분이 많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항상 처음 접해보는 것은 어렵다. 사람에 따라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기도 한 법인데 윤정환 감독에게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J리그에서는 선 굵은 윤정환의 축구가 효과를 보였다. 축구계의 일반적인 상식 선에서 일본 J리그는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분위기였던 탓에 피지컬 부분에는 약점이 있던 상황에서 강한 체력과 신장을 바탕으로 한 윤정환 감독의 축구가 좋은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K리그는 분위기가 달랐다. 한국의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은 기본적으로 체격조건이 좋아 일본과 같은 성과를 내놓기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김신욱 등 울산 공격수들의 성향은 상대 수비수들이 파악하고 있었고 감독들도 윤정환 감독의 성향을 파악해서 대응했다. 같은 선 굵은 축구라도 조금은 한국 무대에 맞게 변형시켜야 할 필요는 있었는데 선수 구성만 조금씩 바뀌었을 뿐, 그러한 시도가 부족했다.
앞으로 남은 올 시즌 5경기와 내년은 윤정환 감독의 진짜 지도력이 검증될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은 일단 윤 감독을 믿고 간다는 입장이다. 이제 1년을 같이 보냈고 상위권 5개팀 감독들이 모두 2년 이상의 K리그에서 연차를 갖고 있는 사령탑이라는 점도 고려해 윤 감독에게 다음 시즌도 시간을 주는 것이 맞다고 봤다.
그냥 감독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 울산 구단도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기존의 전력강화팀 등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보다 선수단을 지원하는 팀들을 세분화해서 감독이 좋은 환경에서 팀을 이끌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FA컵은 끝났지만 K리그는 계속되고 내년도 있다. 윤정환 감독이 울산에서 보이고 있는 지금과 달라질 수 있을지는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윤정환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