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48) 감독의 '날카로운' 농담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도 나올까.
김태형 감독은 지난 9일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조상우가 정말 잘 던지더라. 그런데 어린 선수가 저렇게 많이 던져도 될까 싶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어린 선수도 미래가 있다"며 이야기했다.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이닝동안 49개의 공을 던진 조상우를 향한 '농담반 진담반'의 김태형 감독의 말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시리즈에서 두산과 넥센은 조상우에 울고 웃었다. 1차전서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는 3-2로 앞선 9회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넥센은 연장 10회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두산은 기세를 몰아 2차전도 잡았다. 그러나 3차전 이틀의 휴식을 취한 조상우에 희비가 갈렸다. 두산은 넥센 선발 앤디 밴헤켄의 호투에 막혀 0-5로 뒤진 상황에서 8회 두 점을 따라 붙었다. 타선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역전을 노렸지만, 8회 밴헤켄에 이어 올라온 조상우에게 막혀 3차전을 내줬다.
그리고 4차전. 이번에도 조상우의 피칭이 승부를 갈랐다. 9-5로 앞선 넥센은 9회 한현희가 연속 안타를 허용하자 조상우를 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3차전서 23개의 공을 던졌던 조상우는 이날 좀처럼 아웃카운트를 채우지 못하고 볼넷과 안타를 허용했다. 결국 넥센은 9회에만 6점을 허용했고, 결국 두산이 기적의 역전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김태형 감독은 '초보 감독' 답지 않은 여유로운 입담을 선보이면서 상대와의 기 싸움에서 승리했다. 벤치클리어링 등 각종 사건이 있던 2차전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이 "두산이 계속 자극한다"의 강한 한 마디에도 웃으면서 "우리가 북한인가? 도발을 하게"라며 웃어보이며 "한 팀의 감독으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다. 친한만큼 나중에 전화해서 풀면 된다"고 맞받아칠 정도로 여유로움을 앞세워 상대의 기싸움에 완승을 거뒀다.
두산은 이제 마산으로 넘어가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맞대결을 펼친다. NC의 수장은 10년 넘게 사령탑을 지낸 김경문 감독. 김경문 감독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배터리 코치로 당시 OB의 포수였던 김태형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김태형 감독에게는 스승과 같은 존재다.
이와 더불어 김경문 감독은 2004 시즌부터 2011시즌까지 두산 사령탑으로 있으면 두산의 가을야구를 6차례나 이끌었다. 그만큼 두산 사정에 있어서는 다른 감독들보다 밝다.
올해로 감독 12년 차인 '배테랑' 김경문 감독을 상대로 김태형 감독은 어떤 방식의 '기싸움'을 보여줄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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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