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8.25 06:39 / 기사수정 2015.08.26 16:23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로그' 이병렬과 '갱맘' 이창석 역시 각각 스타크래프트2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활약하는 선수다. 두 선수는 진에어 그린윙스 팀 소속으로 1994년생 동갑내기라는 특징과 함께 팬에게 독특한 모습을 보이며 인기를 얻고 있다.
과연 두 선수는 자신에 대해, 그리고 동갑내기인 상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이번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둘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이병렬: 진에어 그린윙스 스타크래프트2팀 22살 저그 이병렬이고, 별명은 섹시보이라고 합니다. 줄여서 **라고...
이창석: 확실해? 별명 줄임말이 많이 위험한데. 안녕하세요. 저는 진에어 그린윙스 리그 오브 레전드 팀 미드 라이너 '갱맘' 이창석이라고 합니다.
이병렬: 갱맘은 무슨 뜻이야?
이창석: 어릴 적 게임하는데 어머니가 맨날 하지 말래서 몰래 했거든. 근데 몇 번 걸려서 엄청나게 혼나고... 그걸 마마크리티컬은 뭔가 재미없어서 갱크드 바이 맘을 줄였지. 수동태로.
서로 자기 종족과 포지션을 설명하자면.
이병렬: 저그는 굉장히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가장 고통받는 종족이에요.
이창석: 미드 라이너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포지션입니다. 챔피언마다 사용해야 하는 특성이 다 다르고, 정글러하고도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야합니다.
이병렬: 미드는 역시 페이커지.
이창석: 그렇지. 미드는 역시 페이커지. 나도 페이커 팬이야.
(두 선수의 만남을 기념해 스타리그 김하늘 PD가 제작한 이창석의 이미지)
예전부터 서로 알던 사이인가.
이창석: 밥 먹을 때 가끔 본 정도에요. 얼굴만 아는 정도? 저 선수가 스타크래프트2 선수구나 하는 정도.
둘 다 같은 94년생인데, 동갑인 걸 알고 있었는지.
이병렬: 알고 있었어요.
이창석: 나한테 관심이 있었네.
이병렬: 창석이만 알고 있고 나머지는 몰랐어요. 인사도 잘해주고 해서 누군지 궁금했거든요.
이창석: 그렇지 내가 스타크래프트2 팀 선수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는데 마음이 전해진 거 같네. 밥은 따로 먹어서 이야기 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렇다면 따로 친해질 기회가 없었나?
이병렬: 아무래도 서로 경기 일정도 다르고 하니 친해질 기회는 드물었죠.
이창석: 곧 풋살도 같이 한다니 그때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같이 친해져서 노래방 같은데 같이 가보고 싶어요.
팬들이 두 선수를 '유쾌한 싸이코'라고 부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창석: 제가 원하고 있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거 같아서 좋네요. 평소 제 성격을 잘 잡아주신 거 같아요.
이병렬: 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이창석: 평소에 안 그런 거 같던데?
이병렬: 나한테는 두 가지 성격이 있지. 혈액형도 AB형이야.
이창석: 조용한 성격하고 하나는 모범생 성격?
이병렬: 공부는 잘 안 했어. 조용한 나하고 시끄러운 나 두 가지 성격이지.
이병렬 선수는 이창석 선수의 벽 이야기를 알고 있나.
이병렬: 처음 들어보네요.
이창석: 예전 경기가 하나 있는데, 별로 중요한 경기도 아니었어. 내가 벽만 넘으면 롤드컵을 갔다고들 하는데 그건 아니야. 어쨌든 2대 2 상황에서 블라인드 픽으로 5경기를 했는데, 우리가 유리했거든. 근데 바론 뒤쪽을 점멸로 넘지 못해서 빙 돌아가는 사이에 스틸을 당한 거야. 그리고 미드에서 싸우고 지면서 경기도 내줬지.
이병렬: 듣고 보니 벽이라는 이미지가 창석이한테 굉장히 슬픈 추억인데 그걸 자기 마케팅 수단으로 삼은 거 보니 대단하네요.
이창석: 내가 그런 걸 많이 즐겨.
이창석 선수는 이병렬 선수의 '섹시보이'라는 별명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이창석: 이전까지는 몰랐는데, 오늘 스타리그 픽션을 보니 알 거 같네요.
이병렬: 내가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데 10문 10답이라는 프로에 나갔거든. 자꾸 영어 질문이 나와서 계속 뿅망치로 맞다가 힘들어서 한 번 쉬어가려고 아무거나 한 대답이 '아임 섹시 보이'였지. 편집해달라고 했는데 그대로 내보냈더라.
이창석: 원래 별명이 섹시보이였어?
이병렬: 아니. 그냥 아무 생각 없었어. 질문이 뭔지 몰랐거든.
이창석: 그럼 그냥 그걸 말하고 싶었어?
이병렬: 아무 말이나 던지고 편집해달라고 했는데 안 자르더라. 더 세게 나갈걸. 그러면 잘라줬을 텐데.
최근 스타리그 픽션에서 열연으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이병렬: 그거 다 설정이에요.
이창석: 원래 사람들이 다 관심을 즐겨요. 다만 티를 내느냐 안 내느냐 차이죠.
이병렬: 관심도 관심인데 머리 넘기는 건 시킨 거에요. 시키는 건 왠만하면 다 하거든요.
두 명 모두 참신한 전략을 보이는 거로 유명하다.
이병렬: 아마 군단 숙주 나온 경기를 보고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거 같아요. 원래 (김)준호형과 경기를 대비해서 준비했거든요. 같은 팀 (조)성호가 알려줘서 연습하다가 승률이 안 나와서 접어뒀는데, 다시 꺼내 써보니 좋더라고요.
이창석: 군단 숙주가 뭐야?
이병렬: 유닛이 유닛을 만드는 건데 원래 좋다가 요즘 너프되서 아무도 안썼거든.
이창석: 스타크래프트2 랜덤 디펜스는 많이 했는데, 데저트 스트라이크도.
이병렬: 유즈맵은 그냥 하기도 재미있어.
이창석 선수도 참신한 챔피언을 많이 선보였는데.
이창석: 제가 선구자적인 역할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 했다고 욕은 혼자 다 먹었거든요. 빅토르나 그라가스, 최근에는 텔레포트 트위스티드 페이트까지. 예전 룰루가 유행했을 때도 제가 한 달 정도 앞서나갔어요. 게임을 감각적으로 하지 않고 치밀하게 계산해서 하는 걸 즐겨해요. 예전 정화 아리도 마찬가지죠. 계산해보니 좋은 챔피언이 될 거 같아서 먼저 그런 챔피언을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이병렬: 나쁘지 않은 거 같네. 나도 군단 숙주 쓰면서 관심받고 싶었는데 이겨서 다행이야.
이창석: 그렇지. 나도 관심받고 싶어서 새로운 걸 많이 연구하거든.
이병렬: 창석이가 말을 잘하네요. 관심도 받고 영웅도 되고 싶은 거 같아요. 저도 비슷한 마음이었고요.
서로 상대 종목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창석: 솔로킹이라는 대회를 우승한 적이 있는데, 그걸 생각해보면 저는 1대 1 종목도 잘할 거 같아요. 만약 스타크래프트2를 했다면 종족은 프로토스를 하지 않았을까 하네요. 저그는 왠지 징그러워서...
이병렬: 잘 골랐어. 프로토스는 사기야.
이창석: 그렇지? 외계 기계 문명 같아서 강해 보였어.
이병렬: 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인기가 많은 게 부럽고 5대 5라서 옆에 다른 사람도 있어 제가 실수해도 긴장이 덜 될 거 같네요.
이창석: 긴장은 마찬가지지. 내가 실수하면 나머지 넷의 원망을 사니.
이병렬: 이기적인 사람이 없을 거 같고, 손발 맞추기도 쉽지 않을 거 같기도 하고.
이창석: 그래서 팀원도 잘 만나야 해.
이병렬 선수가 승리 후 세레모니로 춤을 춘 걸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
이창석: 저하고 비슷한 거 같아요. 저도 이기고 세레모니를 자주 하거든요.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속에는 불을 숨기고 있는, 끼가 풍부한 친구 같아요.
이창석 선수의 벽 이야기를 듣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창석: 자화자찬이지만 노이즈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준 거 같아요.
이병렬: 창석이는 스타성이 넘치는 선수 같네요. 말도 잘하고 센스도 있고,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거 같습니다.
이창석: 실력에 비해?
이병렬: 솔로킹을 잠시 봤는데 우연히 창석이가 하는 걸 봤거든요. 그거 보고 잘한다고 느꼈죠.
진에어 그린윙스라는 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창석: 좋아요. CJ 엔투스에서 이적했는데, (조현민) 전무님 이하 프런트 분들도 잘 챙겨주시죠. 다만 최근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어 연습량이 늘어 조금 힘들긴 하지만요.
이병렬: 저도 게임단에서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고,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서 좋다고 생각해요.
이창석: 요즘 롤드컵 진출전 때문에 연습에 최대한 시간을 투자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병렬: 진짜 열심히 하네. 대단하다. 역시 (한)상용이 형.
한상용 감독이 스타크래프트2 팀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팀으로 옮겼는데, 두 선수가 생각하는 한상용 감독님은.
이창석: 중요한 시기라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지만, 휴식을 조금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병렬: 스타크래프트2 종목 감독이셨을 때는 굉장히 엄격하셨는데, 리그 오브 레전드 팀에 가신 후에는 재미있고 유쾌하게 대해주세요.
이창석: 엄격하시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 잘 잡아주시죠.
이병렬 선수는 개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병렬: 블리즈컨 진출이 거의 확정이긴 한데, 그래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이창석: 블리즈컨이 뭐야?
이병렬: 리그 오브 레전드로 치면 롤드컵 정도의 대회지.
이창석: 오오 대단한데. 갑자기 다르게 보인다.
이병렬: 8강 상대인 정윤종이 부담은 되는데, 예전부터 힘든 상대라고는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열심히 준비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창석: 이길 수 있을 거 같다? 나랑 손 잡으면 이길 수 있어.
이병렬: 역시 솔로킹 우승자.
서로 상대 종목에서 호감이 드는 선수가 있다면.
이창석: 체격 좋고 사자 같은 헤어스타일의 선수에게 호감이 가요.
이병렬: (하)재상이 형?
이창석: 우리한테 형이구나. 성격도 좋을 거 같아.
이병렬: 실제로도 재미있어. 장난치면 잘 받아주고, 장난도 잘 치고. 착하고 재미있는 데다가 화도 잘 안 내지. 저는 리그 오브 레전드 팀에 막내 선수가 궁금해요. 다들 막내 같지 않은 막내라고 하더라고요.
이창석: 아 (이)성혁이. 쿠잔 이야기네.
이병렬: 응. 우리 막내인 (조)성주와 동갑이라 들었는데 잘 생기고 게임도 잘할 거 같아.
이창석 선수는 보우 타이로 유명한데, 착용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이창석: '닥터 후'라는 영국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그걸 보고 나에게 맞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날 더 기억할까 하는. 효과는 좋았어요.
이병렬: 이야기를 들을때 마다 창석이가 주목받는 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데 보우 타이는 못할 거 같아요.
이창석: 춤도 추는 사람이 보우 타이를 못할 리가.
반면 이병렬 선수는 바지 밑단 못 맞추는 거로 유명하다.
이병렬: 사람들이 밑단까지 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이창석: 팬들이 널 정말 좋아하나 보다. 바지 밑단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이병렬: 그래서 이젠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
이창석: 병렬이는 패션보다는 자기 자신으로 관심받길 원하는 거 같아요.
서로 상대 종목에서 잘 아는 선수가 있다면.
이병렬: 전 역시 페이커죠. 가끔 보면 잘 아는 게임은 아니지만 잘한다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창석: 그렇지. 내 스킬은 다 피하면서 자기 스킬은 다 맞추지. 사람이 아니라 고도의 AI와 대결하는 거 같아. 제가 생각하기에는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역시 진에어 그린윙스의 이병렬 선수가 유명한 거 같아요. 개인 리그도 잘하고, 군단 숙주라는 잘 쓰지 않는 유닛도 쓰고 정말 멋진 선수죠.
이병렬: 이거 내가 대답을 잘못한 거 같은데...
변명의 기회를 줄 테니 다시 한 번 이야기해 보자면.
이병렬: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 중에는 진에어 그린윙스 팀의 미드 라이너 갱... 갱맘 선수인 거 같아요. 그 선수가 페이커보다 제가 원하는 플레이를 더 잘하더라고요.
이창석: 진짜 능청스럽다. 점점 두 번째 병렬이가 나오는 거 같아.
상대에게 어울리는 챔피언이나 유닛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창석: 병렬이한테 녹턴이 어울리는 거 같아요. 공허하면서 조용한데 궁극기를 사용하면 맵 전체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거 까지요.
이병렬: 저는 창석이에게 거신이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일단 키도 크고 광선을 쏘는 빅토르가 거신과도 비슷하고, 평소에는 벽을 잘 넘는데 중요할 때에 벽 앞에서 엉키는 것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서로의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이창석: 얌전한 친구일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다르게 보이네요. 매력이 넘치는 친구죠.
이병렬: 활발하고 관심을 많이 받는 걸 즐기는 친구 같은데, 제가 생각한 거 보다 더 심하네요.
각자 큰 목표를 앞에 두고 있다. 응원 한 마디를 부탁한다.
이병렬: 열심히 노력하면 롤드컵도 갈 수 있을 거야.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리그 오브 레전드는 잘 모르지만 롤드컵 올라가면 챙겨 볼게.
이창석: 결승 무대에 가고 싶은 만큼 노력하면 꼭 올라갈 수 있을 거야. 블리즈컨에서도 사기 프로토스를 이기고 저그의 힘을 보여줘.
팬들이 지어준 '유쾌한 또라이', 그리고 '조용한 또라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는지.
이창석: 별명이 있다는 거 자체가 좋다. 시끄러운 선수보다 시끄러운 또라이가 더 마음에 든다.
이병렬: 나도 별명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이창석: 항상 즐거움과 웃음을 드리려고 준비합니다. 경기 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승리한 이후에도 좋은 모습 보이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좋은 친구를 얻게 되어 기쁘네요.
이병렬: 창석이 덕분에 리그 오브 레전드 팬분들도 이 인터뷰를 보실 텐데, 스타크래프트2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특히 막내인 (조)성주가 정말 귀여우니 성주 보러 꼭 현장에 와주시고요.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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