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kt에서 부화한 아기새는 점점 날개에 힘을 붙였다. 롯데에 새둥지를 튼 뒤, 더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박세웅(20)은 어느새 롯데 자이언츠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2014년 kt 1차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한 박세웅은 지난 5월 2일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직후는 불안한 모습이었다. kt에 있을 때만 해도 선발 마운드의 에이스였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보직 자체도 불안정해졌다. 프로 첫 승의 문턱에서 몇 차례나 미끄러지는 불운도 따랐다.
그랬던 박세웅이 제모습을 되찾았다. 후반기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3.18. 훨씬 안정된 모습으로 자신의 데뷔 첫 승에 이어 두 번째 승리까지 따냈다. 특히 2승을 거둔 경기는 지난 31일 수원 kt전. 친정팀을 상대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유독 kt를 상대로 강한 박세웅이다. 이적 선수들은 흔히 전 소속팀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기술적으로 파악된 부분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이유도 크다. 하지만 박세웅은 올시즌 9개 구단 중 kt를 상대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3.48)을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시즌 평균자책점 5.97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친정팀을 상대로 더 강해지는 이유가 뭘까. 2승을 거둔뒤 만난 박세웅은 kt 시절과 가장 달라진 점으로 '직구'와 '커브'로 꼽았다. 그는 "kt에서는 체인지업의 비중이 높았다. 롯데에 와서는 직구의 비중을 높였다"며 "1볼-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변화구 승부를 할 수도 있었지만, 직구가 잘 먹히니 직구로 갔다"며 전날 kt 4번타자 김상현과의 승부 비결을 밝혔다. 변화구 구종에 얽매이기 보다는, 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택한 박세웅이었다.
변화구 중에서는 특히 '커브'의 변화가 컸다. 결정적인 순간, 몸쪽으로 들어가는 커브는 최고의 승부구가 됐다. 박세웅은 "요즘 커브가 컨트롤이 잘 된다. kt때는 커브를 던져도 스트라이크로 들어가질 않았는데, 이젠 커브가 스트라이크가 되는 비율이 좋아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커브가 되는 날은 게임이 풀리는 날이니 신경써라"라는 포수 안중열의 충고를 항상 맘 속에 두고 있었다.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선발투수로서 자신이 가장 발전한 점에 대해 묻자, 박세웅은 "이제 공의 스피드만 신경쓰진 않는다. 완급조절을 해가며 이닝을 소화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대답했다. 이종운 감독이 "힘으로 찍어누르는 게 아닌 완급 조절을 하는 경기 운영 능력을 보였다"고 칭찬한 이유였다.
"던지다 보면 좋았을 때의 느낌이 있다. 그 느낌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kt전 승리로 한 번 좋은 느낌을 잡았던 박세웅이었다. 비록 지난 6일 NC전에서는 5이닝 5실점으로 패전이 됐지만, 13일 kt와 수원에서 한 번 더 맞붙게 됐다. 2승째의 좋았던 느낌이 3승째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