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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 성장' 박종훈, 위기를 즐길 줄 아는 투수

기사입력 2015.08.02 07:00 / 기사수정 2015.08.02 04:08

박진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태 기자] SK 와이번스의 '신형 잠수함' 박종훈이 위기를 즐길 수 있는 투수로 한 단계 성장했다.

지난달 31일 LG 트윈스전에 선발 투수로 나온 박종훈은 7이닝 무실점 8탈삼진 역투를 펼치며 시즌 3승을 챙겼다. 이날 박종훈의 공은 말 그대로 마구였다. LG 타자들은 연신 그의 공을 헛치기 일쑤였다. 유일한 위기는 7회초였지만 박종훈은 당시를 즐거운 기억으로 회상했다.

그는 "1사 2,3루의 상황에서 (오)지환이 형을 삼진으로 잡고 내가 이 마운드에서 이렇게까지 던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위기가 재밌게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박종훈은 위기 상황에서 LG의 오지환을 상대로 몸쪽에 두 개의 속구를 꽂아넣었고 마지막 3구째는 바깥쪽에 속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삼구 삼진이었다.



'박종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특이한 투구폼이다. 그가 이런 투구폼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시절이다. 이강철(당시 KIA 타이거즈)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봤다던 그는 또래들에 비해 유연한 신체였다. 이것 때문에 사이드암 투수를 시작했지만 누구에게 던지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고, 힘이 부치면서 점점 타점이 낮아졌다. 그리고 이윽고 지금의 투구 방식을 완성하게 됐다.

올 시즌 구원과 5선발을 오가는 그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지난달 22일 두산전이다. 선발로 등판해 1이닝 4실점하며 강판됐지만 의미가 있었던 경기다.

그는 "초반 많은 실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타자들이 나의 공을 빠른 타이밍에 승부를 했다"며 "안타나 홈런을 맞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제구가 잡혀있지 않다는 생각을 타자들의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1회초 7명의 두산 타자들은 중 4명이 3구 이내에 배트를 휘둘렀다. 오재원만 4구 이상을 바라본 유일한 선수였다.



박종훈은 제구에 대해 "많은 경기를 출장하다 보니 향상된 것 같다"며 "과거에는 볼이면 완전히 빠지는 공이었는데 최근에 타자들이 나의 공을 쳐주고 있다. 아마 인식이 변한 것이 아니겠냐"며 미소를 보였다.

자신의 장점이 생소함이라고 말한 그는 "공의 회전이 확실히 다르다. 가끔씩 던진 공이 어디로 가는지 나조차 모를 때가 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올 시즌 목표가 규정이닝을 채우는 것이라고 말한 박종훈은 2일 현재 69⅔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목표까지 남은 이닝수는 74⅓이닝이다. 남은 시즌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면 마지막에 미소짓는 박종훈을 우리는 볼 수 있을지 모른다.

parkjt21@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박진태 기자 parkjt2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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