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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후반기 한화 이글스의 투수진의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 불펜은 여전히 분주해졌다. 여전히 많이 나오고 많이 던진다. 혹사 논란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선발진의 붕괴'에서 비롯된다. 상반기 탈보트-유먼-안영명-배영수-송창식으로 불안정하게나마 이어오던 5선발 로테이션이 망가졌다. 유먼은 부상으로 방출됐고, 안영명은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송창식은 다시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된 모양새다. 남은 건 탈보트와 배영수 둘 뿐. 하지만 탈보트도 7월 치른 5경기 중 2일 KIA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을 제외하고는 4경기 동안 2패만을 추가했다. 배영수 역시 5월 27일 KIA전에서 승리를 얻어낸 이후에는 소식이 없다.
선발진 중 '이닝이터'가 없다는 게 더 문제다. 선발투수가 6~7회까지 이닝을 소화하는 경우가 드물다. 올시즌 한화의 퀄리티스타트(QS)횟수는 18번. 그 중 탈보트에 이어 팀내 가장 많은 QS를 기록한 유먼(6회)이 이탈했다. 리그 전체로 봐도 1위 삼성(51회)에 비해 거의 1/3수준의 기록이다. 막내 kt도 23번으로 한화보다 많다. NC 해커가 혼자 거둔 QS만 16번, 한화 선발진 전체가 거둔 QS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팀의 스타일도 무시할 수 없다. 한화는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승부수를 띄우는 팀이다. 잘 던지는가 싶다가도, 장타가 나오기 시작한다거나 연속안타를 맞는 등 흔들리는 기미가 보이면 대부분 교체수순을 밟는다. 올시즌 18경기에 선발 출전한 배영수의 한 경기당 평균 소화 이닝수는 3이닝대다. 불펜에서 보직 전환된 선발 투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후반기가 시작된 이후 6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는 탈보트 뿐이다. 지고 있든 이기고 있든 모두 5이닝 이하를 소화한 뒤 불펜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왔다.
선발 붕괴의 도미노가 불펜을 덮친 게 하루이틀 얘기만은 아니다. 선발이 일찍 내려오다 보니 더 많은 이닝을 구원 투수들이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후반기 선발진에는 더 큰 구멍이 생겼고, 이를 매울 구원진의 힘은 더 많이 떨어져 있다. 이들의 짐을 덜어줄 불펜의 뉴페이스들은 등장하지 않았다.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벌이는 팀이다 보니 1승 하나가 중요한 상황, 승리가 필요하면 필승조를 꺼내쓸 수밖에 없다.
28일 잠실 두산전에서의 혹사 논란도 여기서 시작됐다. 팀이 10-2로 승리하고 있던 9회, 마운드에는 권혁이 올랐다. 이날 등판으로 권혁은 자신의 한 시즌 최고 소화 이닝수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직전 26일 대전 삼성전에서 ⅔이닝 4피안타 4실점으로 확연히 떨어진 페이스를 보이는 권혁이었다. 6월까지 시즌 평균자책점 3.62이었지만, 7월 10경기에만 평균자책점 7.31을 기록했다. 피홈런도 4개나 맞았다. 권혁 본인도 "요새 홈런을 많이 맞는다"며 인정했다. 하지만 "여름이라 좀 덥긴 해도 체력적으로 크게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29일 잠실 두산전은 송창식의 피로도를 보여주는 경기였다. 선발 배영수가 4회까지 노히트 이닝을 이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5회 2사까지 잡아놓고 연타석 홈런을 맞아 2실점을 한 뒤 볼넷까지 내줬다. 코칭스태프는 소방수로 송창식을 바로 투입했다. 하지만 이날 송창식은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아내지 못하고 3피안타 2볼넷을 기록해 총 4명의 주자에게 홈을 내줬다. 7월 기록한 볼넷이 7개 피홈런 5개, 평균자책점은 9,69까지 치솟았다.
후반기들어 여름은 더 뜨거워졌고, 순위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4위 넥센과의 경기차는 이제 3.5경기차까지 벌어졌고, 6위 SK는 1.5경기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KIA가 연일 역전드라마를 쓰고 있고, 롯데는 4연승으로 막판 동력을 몰아 쓰고 있다. 하지만 한화의 선발진에 이어 필승조까지도 이 더위와 순위 경쟁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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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