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필립 험버와 조쉬 스틴슨. 올 시즌 KIA 타이거즈가 함께 출발한 두명의 외국인 선수 중 더 눈에 띄는 선수는 험버였다.
험버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길지 않지만 아주 독특한 이력을 한 줄 가지고 있었다. 바로 '퍼펙트 게임'이다. 9이닝 동안 단 한명의 주자도 루상에 내보내지 않아야 하는 퍼펙트 게임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단 한명도 없었고,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23차례밖에 없었다. 볼넷과 사구, 야수 실책 출루도 없어야 하기에 투수 자신의 실력 뿐만 아니라 그날의 행운이 있어야만 가능한 대기록이다.
사실 험버는 퍼펙트 게임 외에 메이저리그에서 큰 족적을 남기진 못했다. 그러나 KBO리그 도전을 선택했고 KIA와 계약을 맺었다.
1982년생으로 올해 만 33세인 험버는 KBO리그에서 생애 가장 큰 벽에 가로막혔다. 야구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KIA 스카우트팀이 험버를 지켜봤던 당시보다 평균 구속이 떨어졌고, 경기 내용도 수월치 않았다. 오키나와 연습 경기에서는 첫 실전 등판, 첫 타자를 상대하다가 타구에 팔꿈치를 맞아 재활에 들어갔고 시범경기에서는 첫 등판을 앞두고 문을 열고 나와다가 손가락 부상을 입어 또 실전 감각 찾기가 미뤄졌다.
결국 잘못 꿴 첫 단추가 불운을 불러왔다. 4월 중순부터 피홈런과 실점이 많아졌고, 한차례 2군에 다녀온 후 다시 1군에 복귀했지만 이번에도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유소년 시절부터 줄곧 엘리트 코스만 밟았고, 줄곧 야구를 잘하는 선수였던 험버의 인생에 거대 장벽이 등장한 셈이다.
적응 문제는 없었다.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프라이드'가 있었지만 동시에 젠틀함도 잃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도 광주에서 함께 머물면서 그의 현지 적응을 도왔고, 팀 동료들도 험버를 잘 챙겼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고, 험버도 순응해야 했다. 현재 상태로 외국인 선수 카드 3장 중 1명을 험버에게 소진하는 것은 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의 '진짜 인생'을 찾기 위해 KBO리그에 도전하러 왔다"던 그는 조금 아쉽게 작별 인사를 하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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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