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진태 기자] 2015 KBO리그 패기와 패기가 맞붙었다.
모든 스포츠에서 '신인왕'은 전체 경력에서 한 번밖에 가질 수 없는 타이틀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전반기가 끝난 지금, 신인왕 경쟁은 유례없이 치열하다. 삼성 라이온즈와 구자욱과 넥센 히어로즈의 김하성이 '2파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 어떤 선수가 '신인왕' 타이틀을 가져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성적도 화려하다.
◆ 12 vs 29
두 선수 모두 상위 라운드에 지명되며 팀의 기대 속에 프로에 입성했다. 구자욱은 2012 KBO리그 신인지명회의에서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삼성에 지명됐다. 대구고 3학년 시절 타율 4할4푼4리, OPS 1.225를 기록하며 무시무시한 방망이를 선보였다.
김하성은 2014 KBO리그 신인지명회의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29순위였다. 그의 경우 야탑고 1,2년 두각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3학년 대폭발한 케이스다. 1학년 타율은 2할9리 2학년 타율은 1할8푼5리였지만, 3학년 25경기에 나와 타율 3할7푼5리, OPS 1.091, 홈런은 1개 기록했다. 결국 '신인지명회의 상위지명선수는 터진다'는 것을 보여주듯 올해 자신의 해를 만들고 있는 두 선수다.
◆ 0.940 vs 0.842
전반기 타격 수치에서는 구자욱이 김하성을 앞서는 상황. 구자욱은 OPS 0.940을 기록하며 리그 11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그의 주요 타격기록은 3할2푼9리, 홈런 9개, 타점 38개다. 올해 구자욱에게 있어 잊지 못할 명경기는 지난달 23일 롯데전이었다. 그는 이날 2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1홈런) 2득점으로 생애 첫 4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지막 타석에서 꼭 쳐 4안타를 만들고 싶었다"라 말하며 신인의 패기와 열망을 보였다.
김하성의 OPS는 0.842로 리그 29위. 구자욱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수치지만 그가 유격수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이미 김하성은 13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달성한 상태. 타점은 53개로 리그 20위에 위치해 있다. 강정호의 미국 진출로 유격수 공백이 예상됐지만 김하성의 등장으로 잊히는 상황. '평화왕자'라는 그의 애칭처럼 포스트 강정호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활약이다.
◆ 3-5-8-9 vs 6
화려한 방망이 실력을 뽐내고 있는 두 선수이지만, 수비에서 구자욱과 김하성의 처지는 약간 다르다. 구자욱의 경우 1루수 위치에서 가장 많이 수비를 했지만 이외에도 수비를 펼친 만능선수였다. 그는 우익수로 32이닝, 중견수로 48이닝, 3루수로 43이닝, 1루수로 433⅔이닝을 소화했다. 네 가지 포지션에서 실책은 7개 저질렀다. 고교 시절 3루수를 주 포지션으로 삼았지만 탄탄한 야수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이 소속팀이니 지금의 처지는 그가 감내해야할 현실이다.
김하성은 넥센의 전반기 86경기 중에 84경기에 선발출장했고 모두 유격수 포지션에 나섰다. 그는 유격수에서 736이닝을 수비했다. 전체 유격수 가운데 오지환(742이닝) 다음으로 많은 수비소화력을 보이고 있다. 옥에 티라면 '16'개의 실책이다. SK 김성현과같이 리그 최다 실책 1위다.
◆ '화려한 외출', 올스타전 첫 출전
KBO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올스타전'. 두 선수는 지난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올스타전에 나란히 첫 출전했다. 구자욱은 드림팀 1루수 부문에서 팬투표 120만222표와 선수단 132점으로 당당히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하성 역시 나눔팀 유격수 부문에서 팬투표 91만6526와 선수단 144점으로 1위에 영예를 받아 출전하게 됐다.
두 선수의 첫 올스타전은 당당하고도 빼어났다. 드림팀 구자욱은 7번 타자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MVP급 활약을 펼쳤다. 나눔팀 김하성은 8번 타자 겸 유격수로 출장해 안타를 쳐내지는 못했지만 볼넷 두개를 기록했다. 최고의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기죽지 않은 두 선수의 모습은 KBO리그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 2700만원 vs 4000만원
올 시즌 구자욱과 김하성의 연봉은 각각 2700만원, 4000만원이다. 하지만 KBReport닷컴에서 제공하는 WAR(대체 선수 대비 기여 승수)를 살펴 보면 이미 그들의 연봉값을 하고도 남았다. 구자욱의 WAR는 2.30으로 리그 20위. 김하성은 2.57로 리그 14위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들과 비교해 2승 이상을 팀에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WAR '1' 당 500만 달러(약 57억원)를 측정한다. 시장 크기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KBO리그에 대입할 수는 없지만 두 선수의 올 시즌 활약을 예상하기에는 충분한 WAR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올 시즌을 마치고 두 선수의 연봉인상율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심거리다.
parkjt21@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전 시리즈 보기
① '좌완 원탑' 양현종 전성시대
② '진화한' 테임즈, 역사를 만들다
③ 권혁, 한화 '불꽃 투혼'의 상징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