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만 열아홉살의 소년 투수. 감독의 존중이 어린 선수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시즌 11차전. KIA의 선발 투수로 나선 박정수는 생애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양현종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고, 필립 험버는 사실상 작별에 가까운 2군행을 통보받은데다 조쉬 스틴슨도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다. 김진우도 없고, 김병현도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갔다. 그간 KIA를 지탱해 온 선발진이 거의 붕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이런 와중에 우완 임준혁이 최근 2경기 연속 호투를 펼쳤다. 임준혁은 7일 경기에서도 좋은 피칭으로 팀의 4연패를 끊어냈다.
이때 김기태 감독은 박정수 선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말 그대로 '깜짝 선발'이다. 워낙 로테이션이 고정적이지 않고, 이탈한 전력도 있어 누가 나와도 크게 이질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갓 1군에 올라온 신인 투수가 그것도 리그 최고의 타선을 보유한 넥센을 상대로 선발 데뷔전을 급작스럽게 갖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시즌 초반 문경찬이 첫 선발 경기에서 첫승을 챙겼던 기억이 떠올라도 그때와 지금 상황은 또 다르다.
박정수가 기회를 얻게된 데는 지난 3일 수원 kt전이 밑받침이 됐다. 당시 KIA는 선발 스틴슨이 2이닝 6실점(5자책)으로 무너진 '쇼크'에 휘청였고, 무서운 속도로 실점하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박정수가 두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주말 3연전 중 첫 경기였던데다 이미 패색이 짙어 불펜 출혈 최소화가 목표였는데, 박정수가 그 역할을 해냈다. 실점은 있었지만(4실점 2자책), 댄 블랙에게 던진 실투 하나가 홈런으로 연결됐었고 그 외에는 무려 6이닝을 먹어치워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다. 더그아웃에 있던 김기태 감독은 6이닝을 소화하고 마운드를 물러나는 박정수를 향해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박정수도 쑥스러운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는 나머지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의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김기태 감독은 패배로 경기가 끝난 후에도 박정수의 이름을 특별히 언급하며 칭찬했다. KIA 선수들도 놀랐던 장면이다. 한 선수는 "솔직히 박정수처럼 어린 신인 선수가 잘 던졌다고 악수를 청하는 감독님은 거의 없다. 2군 선수들의 이름도 한명 한명 기억해주고, 존중받는 느낌이 들게끔 하신다"며 힘을 실었다.
실제로 이날 경기가 박정수에게 더 큰 자신감을 갖게 했다. "지고 있지만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해서 네 공을 마음껏 던져보라"는 코칭스태프의 주문이 통했고, 더 빠른 속도로 1군에 흡수됐다. 아직 신기하고 낯선 것이 더 많지만 적어도 마운드에서만큼은 선배들 못지 않은 베짱투를 씩씩하게 뿌렸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목동,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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