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은경 기자] 전창진 KGC인삼공사 감독의 불법베팅 및 승부조작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 중부경찰서가 지난 25일 전 감독을 소환조사했다. 지난달 25일 전 감독에 대한 혐의가 보도된 후 한 달 만이다. 전 감독의 소환 조사가 이뤄지면서 이번 사건은 사실상 ‘2라운드’에 들어갔다.
경찰은 전 감독이 올해 2월 kt 감독을 맡고 있을 때 일부 경기에서 kt가 지는데 베팅한 후 경기를 지게 만드는 승부조작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전 감독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그 돈을 불법 베팅에 걸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전 감독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지인에게 전해줬을 뿐 그 돈이 어떻게 쓰인지 모른다”고 주장했고, 또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 권한”이라며 선수 기용 내용을 근거로 승부조작을 의심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감독의 소환조사일을 기점으로 혐의 내용을 둘러싼 여러 가지 정황들이 추가됐다.
‘핸디캡 매치’에 돈 걸었나
경찰은 전 감독이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베팅 사이트의 ‘핸디캡 매치’에 돈을 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게임은 특정 팀이 몇 점 차로 이기거나 지는지 맞히는 방식으로, 경찰은 전 감독이 kt가 5.5점 이상의 점수 차로 지는 쪽에 돈을 걸었다고 보고 있다. 전 감독은 첫 배팅에서 1.9배의 이익을 냈지만 두 번째 베팅에서는 돈을 모두 잃었다는 것이다. 경찰이 전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와 관련해 특정 경기에서 돈을 잃었다는 내용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감독이 돈을 걸었다가 잃었다고 의심받는 경기는 2월 27일 kt와 오리온스의 경기다. 당시 kt가 오리온스에 75-80으로 졌는데, kt가 앞서가다가 2쿼터에 4득점에 그쳐 대역전패를 당했다. 내용상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전 감독이 승부조작을 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경찰은 전 감독이 이 경기를 대상으로 ‘5.5점 이상 점수차로 패배’에 베팅했다가 0.5점 차로 돈을 모두 날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이 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전 감독이 불법베팅 사이트에 실제로 돈을 걸었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전 감독이 돈을 베팅했다는 증언, 혹은 사이트의 베팅 내역 등 물증이 필요하다.
계좌의 돈 흐름 밝혀졌나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2013년 승부조작으로 유죄가 확정된 결정적 이유가 바로 계좌의 돈 흐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강 감독이 브로커를 통해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가 입증됐다.
전 감독의 경우, 경찰은 처음부터 차명계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 측은 이달 초 “차명계좌가 처음엔 두 개였는데 파생된 게 많아 분석할 양이 어마어마하다. 세 자릿수 이상일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계좌 분석을 통해 경기 후 발생한 이익이 전 감독에게 입금됐다는 게 증명된다면, 불법베팅의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한편 동아일보는 25일 ‘전 감독이 사채 고리 때문에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평소 안면이 있는 폭력조직에도 손을 벌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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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창진 감독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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