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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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잘해서 놀랐죠?" 아이돌의 반항, 당연한 결과 [김경민의 정정당당]

기사입력 2015.06.23 11:42

김경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아이돌은 노래를 못한다."
 
대중들의 머리 속에 뿌리 깊게 각인된 인식인 이 말도 일부는 맞다. 2000년대 초중반만해 해도 아이돌 가수는 외모, 퍼포먼스, 보컬 중 능력치가 떨어지는 연습생을 뽑아서 데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S.E.S와 핑클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당시만 해도 아이돌 가수는 "솔로를 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멤버들을 조합해 하나의 결과물을 내게 하는 공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2015년 요즘,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의외로 노래 잘 하는' 아이돌로 시끌시끌 하다. 대표적인게 MBC '복면가왕'이다.
 
EXID 멤버 솔지의 재발견으로 시작한 '복면가왕'은 연이어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 f(x) 멤버 루나, B1A4 산들에 이어 에이핑크 정은지까지 기성 솔로 가수와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보컬 능력을 가진 아이돌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하지만 정작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가요계의 대세가 이제는 다양화를 추구할 수 있는 그룹 위주로 구성되면서 더 이상 아이돌 가수는 '뭔가 모자란'이 아닌 '모든 것을 갖춘 멤버' 위주로 구성되고 있는 결과라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이돌 가수의 실력은 썩 뛰어나지는 않았다. 물론 일부 "노래 잘 하는 멤버"를 넣긴 했지만, 이것도 타 솔로 가수와 비교해서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제2의 보아'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 그 만한 재목을 찾기 힘들다는게 관계자들의 하나 같은 이야기 였다.
 
그런데, K-POP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K-POP붐이 일면서 그 위상이 높아졌고, 더 이상 솔로가수에 집착하는 기획사들도 없어진 것이다.
 
기자가 한 아이돌 그룹의 녹음현장을 찾은 적이 있었다. "노래 잘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던 이 팀 멤버의 철저하게 방음이 된 녹음실 밖으로 들려나오는 노래 실력은 놀라웠다. 성량이나 기교 모두 어떤 가수와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었다. 다만 이 멤버가 부른 곡은 앨범에 실릴 곡이 아닌 평소 연습하던 해외 가수의 곡이었다.
 
녹음에 들어가자 상황은 달라졌다. 철저하게 절제된 파트 구분과 팀의 색깔에 맞는 보이스,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버릇'을 배제하자 "아까 그 사람이 맞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시 녹음을 하던 엔지니어는 기자에게 "아이돌은 철저하게 팀의 이미지에 맞춰서 녹음을 합니다. 모자라지도 튀어서도 안되고 전체가 화합이 되야 해요. 누구 한 명이 노래를 압도적으로 잘한다고 해서 그 친구에 맞춰서 녹음을 하게 되면 팀의 색깔이 깨져요. 노래 잘 하는 친구들은 실력을 많이 보여주지 못하고 있죠"라고 전했다.
 
물론 아이돌은 목소리 이전에 비디오가 우선이다. 외모가 잘생기고 예쁜 멤버들이 먼저 눈을 사로 잡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데뷔하는 팀은 못난 친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정석'인 '노래 실력'이 다시 중요해진 것이다. 심지어 예쁘고 노래도 잘하는 멤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 왠만한 실력으로는 데뷔도 힘들어졌다.
 
다만 이런 노래실력을 보여줄 창구가 없었다는게 문제다. 그 때문에 가요계에서는 콜라보 앨범이나, 보컬 유닛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해 왔고,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대중에게 아이돌의 인식까지 바꾸게 하고 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이 같은 변화를 '아이돌 그룹' 시장의 새로운 전기로 전망했다.
 
"외모 하나로 팬을 모으지는 못하는 시대 입니다. K-POP이 대세가 된 요즘 상향 평준화가 됐다고 봐야 합니다. 조기교육을 받아서 프로듀싱이나 노래에서는 완벽하게 갖추고 소속사를 찾는 연습생도 많아요. 다만 팀의 색깔이나 멤버간의 균형을 위해서 노래 실력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친구들이 설 자리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아티스트'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아이돌 가수에 대한 대중의 고정관념 또한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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