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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테리를 닮은 센터백, 조병국

기사입력 2006.05.13 07:37 / 기사수정 2006.05.13 07:37

편집부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FC에서 활약하고 있는 존 테리(25)는 중앙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키가 크지 않다. 182cm라는 비교적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존 테리는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첼시의 가장 든든한 방패로 팀의 수비 라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중앙 수비수로는 크지 않은 키지만 존 테리는 이러한 자신의 신체적인 단점 대신, 탁월한 점프력과 빠른 판단력 그리고 놀랍도록 정확한 예측 수비 능력을 선보이며 잉글랜드 주전 센터백 자리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 수비수 반열에 올랐다.

만약, 국내에서 존 테리와 닮은 선수를 꼽으라면 누굴 얘기해야 할까? 많은 선수가 떠오르겠지만, 아마도 큰 주저 없이 조병국(25. 성남)선수를 얘기할 것이다. 존 테리와 비슷한 신체 조건(키 181cm)은 물론이고, 탄력이 좋아 높은 점프력도 닮았다. 여기에 수비 위치 선정과 클리어 능력은 존 테리를 떠올리게 할 만큼 흡사하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병국은, 아직 딕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로 들아 선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하고 있다.

아, 일본...

▲ 조병국 선수
ⓒ 성남 일화
지난 2003년 4월 16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일본과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라이벌팀 간의 경기답게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고 경기는 0-0으로 종료되는 듯이 보였다. 경기장을 가득 매운 6만 4천여 축구팬들은 홈에서 일본을 시원하게 꺾어주길 기대했지만, 무승부에 만족해야 하는 듯이 보였다.

주심의 경기 종료 호각이 울리기 직전인 후반 추가 시간. 일본의 마지막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표팀 아크 외각에서 일본의 나가이 유이치로가 슈팅을 연결했는데 조병국이 슬라이딩하며 공을 걷어냈다. 하지만, 조병국이 걷어낸 공은 문전으로 쇄도하던 나가이의 발에 맞고 말았고, 공은 골키퍼 이운재의 키를 훌쩍 넘어 그대로 골망을 흔들고 말았다.

어이없는 조병국의 실수로 한국은 일본에 0-1의 기분 나쁜 승리를 헌납해야 했고, 조병국은 수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던 경기에서 자책골에 가까운 실수를 저지르며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다.

일본과의 악연은 같은 해 7월 23일 펼쳐졌던 일본 올림픽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전반 21분 최태욱의 멋진 중거리 슈팅으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반격에 나선 일본의 이시카와가 한국 진영 아크 왼쪽에서 낮에 깔리는 강한 크로스를 올렸고, 공은 조병국의 발을 맞고 굴절되면서 또 다시 골망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자책골을 허용하자 조병국은 그라운드에 주저앉고 말았고, 다시 얼어서지 못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두 개의 어이없는 실책이 하필이면 일본전에 연이어 터져나왔고, 100의 선방보다 단 1번의 실수가 더 크게 보이는 수비수였기에 조병국에 대한 비난 여론은 끊이지 않았다.

당시 22세의 어린 수비수 조병국에게 일본전에서 저지른 두 번의 실책은 크게 다가왔고, 조병국은 기나긴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

부상, 그리고 트레이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8강에 오르는 데 기여했던 조병국은 그때까지도 일본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많은 축구팬이 아직 조병국을 용서하지 못했었던 것이었다.

2002년 연세대를 중퇴하면서 프로로 전향한 조병국은 2002년 수원 삼성에 입단했다. 홍명보의 대를 이을 대형 수비수로 기대를 모았던 터라 조병국을 지켜보는 눈은 많았다. 당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도 조병국의 기량에 흡족한 믿음을 표시하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수원과 국가대표팀 여기에 올림픽 대표팀까지 정신없이 불려다니며 경기에 출전하던 조병국은, 2003년부터 1년 넘게 이어져 오던 강행군으로 결국 몸에 이상이 생기고 말았다. 2004년에는 무려 3번이나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했고, 어깨 탈구도 습관성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잦은 부상에 시달리게 되자 조병국은 국가대표팀의 경기는 물론이고 소속팀인 수원의 주요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하면서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그라운드에 나서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조금씩 조병국이란 이름은 팬들의 머릿속에서 잊혀갔고, 조병국은 지난 일본전에서의 실책을 만회할 기회조차 잡기 힘들어졌다.

좀처럼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던 2005년 1월. 조병국은 팀 동료인 고종수와 함께 전남으로 트레이드되고 말았다. 당시 전남의 김남일과 1+2 트레이드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전남에서도 부상 때문에 거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다시 성남으로 트레이드되고 말았다.

▲ 조병국 선수
ⓒ 성남 일화

국가대표급 포백, 그 중심에 있는 조병국

많은 사람이 이번 시즌 성남의 수비 라인을 '국가대표급 포백'이라고 부른다. 김영철과 조병국이 버티는 조화로운 중앙 수비라인은 물론이고 장학영과 박진섭이 책임지는 측면 윙백도 모두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번 시즌 성남의 연승 행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성남의 K-리그 독주에 실질적인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시 예전의 기량과 체력 자신감을 회복한 조병국이 서있다. 조병국은 지금까지 성남이 치른 8경기에서 모두 풀타임 출전하며 성남 수비 라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높은 점프력을 이용한 제공권 장악과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먼저 파악하는 예측 수비 능력 등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며 2003년 일본전에서의 아픈 기억을 완전히 씻어냈다. 특히 잦은 부상과 어깨 수술로 약화되었던 체력도 전성기 때의 모습을 회복해 터프한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독일 월드컵을 두 달 남긴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마땅한 인물이 없는 수비 라인에 있다. 지난 2002년 한, 일 월드컵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를 맡았던 노장 최진철이 중앙 수비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진철과 짝을 이룰만한 중앙 수비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실시되었던 전지훈련에서 김진규 김영철 김상식 유경렬 등 많은 선수를 실험해 봤지만, 누구 하나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현재 아드보카트 감독을 포함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매주 경기장을 찾으며 새로운 수비수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까닭에 가능성 있는 유망주보다는 당장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경험과 판단력에서는 앞서지만 스피드와 순발력이 뒤떨어지는 최진철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젊고 강한 수비수가 필요하다. 그런 젊고 강한 중앙수비수에 전성기 그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조병국이 가장 적임자로 보인다.

최진철이 갖고 있지 못한 체력과 순발력 그리고 스피드를 고루 갖췄음은 물론이고,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로 해외 경기 경험도 많다. 게다가 그의 탁월한 수비 능력과 제공원 장악 능력은 우리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로 부족함이 없다. 그토록 많은 시련을 앓았던 조병국이 길었던 어둠의 터널을 뚫고 가장 가능성 있고, 훌륭한 수비수로 성장한 것이다.

아직 조병국의 국가대표팀 합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지금 보여주고 있는 강력한 센터백의 모습을 꾸준히 이어가기만 한다면 불과 한 달 남짓 남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병국, 이젠 일본을 완전히 잊어도 좋다. '한국의 존 테리' 조병국이 이제 아픈 과거는 잊고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에서 화려하게 비상하길 기대해 본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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