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9.28 02:49 / 기사수정 2007.09.28 02:49
[엑스포츠뉴스=김명석 기자] '그의 이적이 현실이 되고 있다?'
호나우딩요의 이적설에 또다시 축구계가 떠들썩하고 있다. 최근 잉글랜드 언론은 첼시가 호나우딩요 영입을 위해 7,0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300억 원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스페인과 영국의 언론들은 저마다 호나우딩요의 향후 거취를 두고 많은 추측들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호나우딩요의 이적설이 한 두 번 있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과거 바르셀로나가 호나우딩요에 대해 절대 이적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해 왔던 것에 비해, 이제는 이적료만 적당하다면 충분히 놔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러한 선택이 바르셀로나에게도, 호나우딩요에게도 더 나은 일이기 때문이다.
'달라진' 호나우딩요?
워낙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인 바르셀로나이긴 하지만, 그동안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은 호나우딩요의 몫이었다. 바르셀로나가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를 석권한 해에도, 프리메라리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때에도 그 중심에는 호나우딩요가 서 있었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적어도 최근 몇 년 동안은 ‘바르셀로나=호나우딩요’라는 수식이 뒤따랐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서의 많은 타이틀은 애석하게도 호나우딩요를 변하게 했다. 잦은 훈련 불참이나 지각, 심지어 경기 전 날 클럽에 갔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물론 과거에도 빈번했던 일이지만 팀의 외국인주장이자 특히 실질적인 에이스나 다름없는 그의 이러한 행동들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결국 호나우딩요의 ‘나태한’ 플레이는 피치 위에서도 계속됐다. 지난 시즌 왼쪽 윙포워드로서 빠른 돌파와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보여줬던 그는, 올 시즌부터는 ‘메디아푼타(플레이메이커)’로서의 역할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단지 필드 중앙에서 패스를 찔러주는 역할에 초점을 맞춘 플레이였다. 이는 데코나 사비, 이니에스타 등 패스웍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기대해야 할 플레이지, 결코 호나우딩요에게 바라는 플레이는 아니었다.
바르샤의 중심, '호나우딩요에서 메시로'
호나우딩요의 이적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탄력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바르셀로나의 중심이 ‘눈에 띄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경기에 호나우딩요는 부상을 이유로 결장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는 오히려 호나우딩요가 있을 때보다 더 나았다. 무엇보다 리오넬 메시의 역할이 가장 컸다.
리오넬 메시는 2경기 연속 2골을 터뜨리며 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메시는 공격진에 호나우딩요와 에투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둘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빠른 돌파와 적극적인 공격 가담,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터지는 한 방은 레이카르트 감독이 호나우딩요에게 바라던 플레이었다.
이미 팬들은 호나우딩요에서 리오넬 메시로 서서히 이동하기 바라던 바르셀로나의 중심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이동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다분히 성공적인 일이다. 호나우딩요 없이 치른 최근 2경기, 그것도 까다로운 상대였던 세비야와 사라고사를 맞아 보여준 바르셀로나의 플레이와 결과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보얀과 지오바니, 영건들의 성장
호나우딩요를 이적설이 예전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역시 보얀 크르키치와 지오바니 도스 산토스, 두 영건들의 성장이다. 과거 호나우딩요-에투-메시 라인을 뒤이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지오바니-보얀-메시 라인을 구축할 시간이 조금씩 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지오바니와 보얀은 주로 교체멤버로 투입되며 프리메라리가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아직 공격포인트는 없지만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둘의 출장시간은 점차 늘어가고 있으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지오바니가 메시, 앙리와 함께 펼치는 스위칭플레이나, 보얀의 날카로운 슈팅 감각은 두 영건의 미래, 나아가 바르셀로나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중요한 갈림길에 선 바르셀로나
극단적으로 말해서, 호나우딩요는 과거 ‘없어서는 안 될’ 선수에서 이제는 ‘없어도 괜찮을 것 같은’ 선수가 되어버렸다. 물론 호나우딩요의 팀 내 위치와 개인적인 능력을 따지자면 호나우딩요는 있는 것 자체로도 큰 힘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축구는 1명이 아닌 11명이 함께 하는 스포츠다.
팀이 필요로 하는 개인적인 움직임과 전술에 맞출 수 없다면, 그리고 그러한 개인적인 선택이 팀에 좋지 않은 결과를 끼친다면 이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설령 그것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 불리는 호나우딩요라 할지라도 팀이 필요로 하는, 감독이 원하는 움직임을 선보일 수 없다면, 혹은 애초에 그러한 플레이를 선보일 생각이 없는 선수라면 굳이 잡고 있을 필요도 없다.
호나우딩요는 “바르셀로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바르셀로나에서 이룰 것이 더 없음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목표의식의 부재’가 얼마나 큰 적인지는 이미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는 뼈아프게 경험했다. 혹시 호나우딩요의 최근 플레이는 다른 클럽으로의 이적을 바라는 일종의 시위는 아닐는지. 여하튼 바르셀로나와 호나우딩요는 요즘, 너무도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사진=호나우딩요 (C) UEF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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