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산업 스파이가 등장했다. 프로 스포츠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17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프런트가 휴스턴 아스트로의 내부 전산망을 해킹해 라이벌 구단의 정보를 빼낸 혐의로 FBI와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게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인트루이스의 프런트는 이번 해킹으로 휴스턴의 트레이드 논의, 선수 스탯, 스카우팅 리포트 등의 정보를 빼낸 것으로 보인다. 수사 대상자의 구체적인 정보나 구단 내 고위관계자의 관여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20년 동안 유명세를 떨친 손꼽히는 명문 구단 중 하나다. 2000년 이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9차례 출전했고, 2011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통산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최다 우승팀 뉴욕 양키스의 뒤를 이엇다. 올 시즌 41승 27패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팀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 일이 '제프 러노우'에 대한 한 프런트 직원에 복수심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제프 러노우는 세인트루이스 2011 월드시리즈 우승을 만든 숨은 주인공이다. 2011년까지 세인트루이스에서 일하며 선수 육성과 스카우트를 주로 담당했고, 세이버메트릭스를 토대로 팀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저장한 전산망 '레드버드'를 만들었다.
이런 제프 러노우가 지역 라이벌 휴스턴으로 옮겨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그는 함께 일했던 직원 몇몇과 함께 휴스턴에서 '그라운드 컨트롤'이라는 유사한 전산망을 만들었다. 팀은 반등하기 시작하며, 아메리칸 서부리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보가 유출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러노우와 다른 직원들이 자주 쓰던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휴스턴의 전산망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2013년부터 비밀리에 이뤄진 해킹은 결국 작년에야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세인트루이스가 물밑진행 중이던 트레이드에 관한 정보가 익명으로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휴스턴과 MLB 사무국이 FBI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세인트루이스 프런트 직원의 개인 컴퓨터가 해킹에 이용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사는 더욱 확대됐다.
세인트루이스는 "지금 진행 중인 사안 대해 왈가왈부 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진행되는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아직 주도자에 대한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은 상태로, 수사가 완전히 끝난 이후에야 관련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MLB 사무국은 대변인을 통해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연방정부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수사는 FBI의 휴스턴 지부가 담당한다. 이미 세인트루이스와 MLB의 몇몇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사진=제프 러노우 ⓒ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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