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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살.미 TALK!] 김창수의 비상을 지켜보다.

기사입력 2007.05.25 16:34 / 기사수정 2007.05.25 16:34

편집부 기자

한국축구의 저변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선수들의 얘기가 아니고 팬들의 저변, 전문가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엑스포츠뉴스는 축구에 있어 비주류가 될 수 있는 여기자들(김경주, 김민숙, 장지영 기자 순)앞으로 달콤.살벌.미묘한 축구 이야기를 (달.살.미 TALK!)나눠보고자 한다.

이번 2회에는 김민숙 기자가 대전 시티즌 김창수의 비상을 달콤하게 풀어본다. 남자 중심의 축구문화에 친절한 여기자들이 태클을 건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22일, 대전 시티즌 팬들에게 기쁜 소식 한 가지가 날아들었다. 그 소식은 다름 아니라 대전 시티즌의 김창수가 네덜란드전을 앞두고 발표된 국가대표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었다. 대전은 국가 대표 선수를 배출한 경험이 많지 않은 팀이기에, 이 소식을 접한 대전팬들의 기쁨은 매우 컸다. 

그렇지만 대전 팬들이 김창수의 국가 대표 발탁 가능성에 그토록 기뻐한 것은 자신들의 팀에도 대표팀 선수가 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대전에도 과거에는 김은중과 이관우라는 국가 대표 선수가 존재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대전 시티즌에 입단하기 전부터 걸출한 스타였고, 그렇기 때문에 온전히 대전이 키워낸 선수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김창수의 경우는 분명히 달랐다.

2005년, 처음 대전에 입단할 무렵만 해도 김창수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무명 선수였다. 김창수는 2004년 울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단 한 경기에 출장한 것이 그 해 김창수가 남긴 기록의 전부였다. 이듬해, 김창수는 대전 시티즌으로 이적하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였으나 그 때 그에게 찾아온 것은 부상이었다. 결국 김창수는 2005시즌 역시 단 한 번의 출장 기회를 얻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2006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창수가 서야할 대전 시티즌의 오른쪽에는 대전의 터줏대감인 강정훈이 있었고, 김창수로서는 그런 강정훈과의 경쟁에서 쉽게 승리하지 못할 듯했다. 

하지만 대전은 언제나 선수 자원이 부족한 팀이었고, 이것이 김창수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되었다. 전기리그와 컵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이 컨디션 난조로 팀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김창수는 출전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결국 2006년 9월 30일, 김창수는 제주와의 경기에 교체 출장하여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팬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후 김창수에게는 더 많은 출장 기회가 찾아왔고, 경기에 출장할 때마다 지난 경기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김창수는 대전 팬들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김창수의 축구 인생이 달라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2년 동안 단 두 차례의 리그 경기에 출장했던 무명의 선수는 소속 팀에서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팀에서 벤치를 지키던 선수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것을 본 대전 팬들의 놀라움은 컸다. 그래서 대전 팬들은 너나할 것 없이 김창수에 대한 호기심으로 올림픽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보았고, 그렇게 몇 차례의 올림픽 대표팀 경기를 통해서 그들은 확신하게 되었다. 김창수는 분명히 자라나고 있었다.

그때부터 대전 팬들은 좀 더 특별한 시선과 감정으로 김창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태극 마크를 단 선수에 대한 동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팀에서 키워낸 선수에 대한 뿌듯함과 자부심이었다. 자신들의 품에서 걸음마를 익히던 선수가 어느 새 훌쩍 자라 힘차게 달려 나가는 광경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큰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대전 팬들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채로 힘찬 달리기를 시도하던 김창수는 결국 지난 3월 20일,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발표된 국가 대표팀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프로팀의 주전을 넘어 올림픽 대표팀의 주전 자리를 꿰찼던 그가 다시 한 번 국가 대표팀이라는 더 넓고 더 높은 세계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 소식을 접한 대전 팬들은 그 당시 자신들의 팀이 다섯 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져 있다는 사실마저 잊은 채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김창수가 보여준 또 한 번의 성장은 대전의 승리만큼이나 기쁜 일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때 김창수는 우루과이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또한 그는 이번 네덜란드전에서도 최종 명단에는 합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창수에 대한 대전 팬들의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은 쉬이 줄어들지 않을 터였다. 왜냐하면 김창수는 늘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대전의 팬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곳에서 시작해도 김창수는 늘 높은 곳으로 날아오른다는 것을 대전 팬들은 이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전 팬들은 어느 때보다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네덜란드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될 김창수의 진짜 비상을 지켜보기 위해서 말이다.  

[사진=성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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