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6월 대표팀에 승선할 선수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얼굴들이 여럿 승선했고 일부 주축 선수들이 제외됐다.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주장이자 핵심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무릎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소집이 어려웠고 박주호와 구자철(이상 마인츠), 김보경은 군사훈련 관계로 이번 소집에서 제외됐다.
빈 자리들을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져야 하는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내세웠던 대표팀의 기준잣대를 다시 세웠다. 이를 통해 K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여기에는 각각 의미와 이유가 붙었다. 한명씩 살펴보면서 슈틸리케호의 이번 승선 기준을 하나씩 살펴본다.
염기훈 "K리그 맹활약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번에 대표팀은 염기훈(수원)을 포함시키지 않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염기훈이 2015시즌에 보여준 활약은 인상 깊었다. K리그는 물론이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모든 대회를 합해 그는 8골 13도움의 놀라운 성적표를 남겼고 이로 인해 수원 삼성은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놀라운 활약상은 나이에 관한 고민도 넘게 도와줬다. 32살의 적지 않은 나이가 코칭 스텝에게 일부 고민이 됐지만 지금의 활약상이라면 충분히 대표팀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 현재 자국리그 최고의 선수를 대표팀에 부르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할 수 있다는 생각도 일부 영향을 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할 때 염기훈이 향후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을 가질 것"이라면서 아직 염기훈의 기량과 효과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공격자원이 부족한 것을 보여줬는데 국내선수 중 득점과 도움 1위를 선발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 것이다. 좋은 성과를 보인 선수에게는 합당한 보상이 따라야해 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충분히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기준을 그대로 보여준 염기훈이었다.
최보경과 강수일 "멀티플레이어를 선발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다른 여러 감독들과 다르지 않게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한다.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대표팀 멤버들 중에 멀티플레이어들이 다수 포함됐다. 공격진에서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던 남태희(레퀴야) 등이 중용을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특히 이번 6월 평가전에 멀티플레이어의 합류는 더욱 중요했다. 부상과 군사훈련 등으로 많은 핵심들이 빠진 상황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 가세한다면 차선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에는 최보경(전북), 공격에는 강수일(제주)을 멀티플레이어를 이유로 뽑았다. 최보경은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 등에서 활약하면서 다양한 수비 포지션을 소화해 왔다. 중앙 수비수는 물론이고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다. 올 시즌에는 신형민, 김남일 등이 나간 전북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맡아 팀의 밸런스를 잘 잡아주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최보경은 관심을 못받는 포지션이지만 이런 선수들이 팀의 균형을 맞춰주는 선수다. 전북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잘 보여 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수일 역시 같은 이유다. 강수일은 지난 시즌 포항 스틸러스에서 임대 생활로 성장한 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기량에 꽃을 피우고 있다. 탄력성 있는 움직임과 스피드 등으로 올 시즌 5골 1도움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최전방과 측면 등을 골고루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에 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강수일이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중앙과 측면에 활용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라 선발했다"고 밝했다.
이용재와 이정협 "수비도 잘 하는 공격수 원했다"
지난 3월 A매치 2연전에 나섰던 일부 공격수들은 대표팀 공격의 무게중심이 2선에 맞춰져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슈틸리케호의 원톱은 일반적인 원톱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득점보다는 수비력과 강한 피지컬 싸움, 압박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조는 이번 6월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 앞에서 득점을 보여준 황의조 등보다는 수비력을 갖춘 이정협(상주)과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를 소집했다. 이용재의 경우 지난 5월 슈틸리케 감독이 일본에 J리그 관전차 방문했을 때 좋은 인상을 남겼던 것으로 보인다. V바렌 나가사키에서 뛰는 이용재는 당시 슈릴리케 감독이 찾은 경기에서 골망을 갈랐는데 이러한 득점력 뿐만 아니라 움직임이나 적극적인 수비가 좋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추측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재는 아시안게임부터 활약하는 것을 지켜봤다. 여론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내게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내가 선호하는 공격수는 수비를 할 때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열심히 뛰는 선수다. 그런 것을 염두해 이정협과 이용재 등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이미 앞서 1월 아시안컵 등에서 수비력까지 갖췄다는 점을 보여줬고 최전방 기용의 문을 추가로 열어둔 강수일을 뽑은 배경에도 이러한 공격수의 요건이 따랐다고 슈틸리케 감독은 덧붙였다.
한교원과 이동국 "제외 이유는 활약과 미래"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들이 있는 반면에 소집 가능성이 있었지만 제외된 선수들도 있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중용을 받았던 한교원과 이동국(이상 전북)도 그들 중에 있다. 한교원에 대해서는 지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경기에서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점이 한몫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제외된 것은 아니라고 슈틸리케 감독을 강조했다. 최근 보여준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런 사건이 없더라도 올해 한교원이 보여준 경기력을 평가했을 때 이번에 소집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번 일로 더욱 소집하지 않게 됐다"면서 "구단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많은 경기를 출전 정지 당했다. 한교원이 징계를 다 치르고 복귀하면, 앞으로 손가락질을 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제자를 감싸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동국이 제외되는 데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 결정적이었다. 이동국은 올 시즌에도 전북의 간판으로 할약하고 있다. 리그에서 3골 2도움을 기록했고 선발과 교체에 상관없이 그가 팀에 미치는 아우라는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강희 감독도 "이동국이 앞선에서 공을 잡아주면 우리가 공격을 풀어가기 수월하다"며 그의 가치를 설명하기도 했다.
활약에는 큰 의문이 없지만 나이와 상대적인 희소성에서 대표팀 발탁이 불발됐다. 이동국은 만 36살로 적지 않은 나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같은 공격수 포지션에 이동국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이 있다면 보다 젊은 선수들쪽으로 마음을 썼다. 이를 통해 선발된 결과가 이정협과 이용재였다.
그는 이동국의 제외 이유에 대해 "이동국뿐만 아니라 하대성과 양상민도 고민했다. 하지만 같은 포지션에서 비슷한 활약을 보여줬다면 미래를 감안해 젊은 선수를 뽑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면서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을 발탁하고 월드컵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필드플레이어 중에 30대는 김창수와 염기훈 뿐"이라며 전체적으로 젊은 축으로 구성된 대표팀 명단을 근거로 들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울리 슈틸리케 감독, 염기훈, 최보경, 이용재 ⓒ 대한축구협회 제공, 구단 제공,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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