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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보카트, 두 번째 화두는 '믿음'

기사입력 2006.01.22 11:05 / 기사수정 2006.01.22 11:05

편집부 기자
'실험은 계속 되었다. 하지만,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회복에 대한 배려도 함께 진행되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프린스 파이잘 빈 파드 경기장에서 벌어진 LG컵 4개국 축구대회 첫 경기에서 유로 2004 우승국 그리스를 맞아 1:1로 비겼다.

전반 10분 그리스의 자고라키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대표팀은, 전반 24분 이동국이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키커로 나선 이천수의 그림 같은 프리킥을 박주영이 공의 방향만 살짝 바꾸는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그리스의 골문을 열어젖힌 것. 이후 대표팀은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그리스를 압박했지만 추가골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 UAE 전에서의 패배로 어느 정도 심리적인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조금도 그러한 부담감 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실험을 계속 이어나갔다. 어린 김진규를 수비 라인에 투입해 경험을 쌓게 했던 부분도 그렇고, 스리톱을 사용하는 스위스를 가상의 유럽팀으로 생각해 포백을 실험한 부분도 그렇다.

또, 주로 후반 교체로 출전시켰던 백지훈을 이번 그리스전에서는 선발로 출장시켜 풀 타임을 소화하게 하면서 그의 기량과 체력을 테스트했다. 이호에 밀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김정우의 후반 교체 투입과 정조국 조재진 등의 공격진 투입 역시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수 테스트가 쉼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배려

이렇듯 아드보카트 감독의 실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선수들의 테스트 못지않은 믿음과 신뢰도 함께 자리 잡고 있음도 보여준 경기였다.

우선, 지난 UAE 전에서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대표팀의 영패를 자초한 박주영-이동국-이천수가 포진한 공격 라인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그렇다. UAE 전에서 공격 스리톱은 이렇다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UAE에게 패하고 말았다. 공격진 간의 협력 플레이도 그렇고, 개인 기량도 그렇고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 내용이었다.

이러한 공격진에게 아드보카트 감독이 베푼 것은 믿음과 배려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조재진, 정조국, 최태욱 등 아직 점검해야 해야 할 자원이 많음에도 이들 셋을 또다시 선발 출장시켰다. 이는 주전급에 해당하는 이들을 내세워 승리를 노렸다기보다는 지난 UAE 전에서의 아쉬움을 그리스전에서 털어내라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배려가 아닌가 싶다.

이 날 경기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표팀이 익숙한 3-4-3 대신 4-4-2를 쓰는 모험을 강행했고, 줄기차게 선수들을 바꾸며 테스트에 열중했다. 경기에서 이기려는 의도보다는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라인을 변경하지 않은 이유는 UAE 전의 패배로 자칫 자신감을 잃을 공격진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이천수는 도움으로 박주영은 득점으로 보답했고, 이동국은 활발하고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아드보카트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후 아드보카트 감독은 믿음에 보답한 공격진을 차례로 교체하며 정경호와 정조국, 조재진 등 다른 공격수를 투입해 테스트했다.

이러한 아드보카트의 선수에 대한 배려와 믿음은 전반 37분 교체 출전시킨 장학영의 예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장학영은 지난 UAE와의 경기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비난을 가장 많이 들어야 했던 선수. 선수 자신도 '공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라고 말 할 만큼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4백에 적응하지 못하던 조원희를 과감하게 빼고, 1:1의 팽팽한 상황에서 장학영을 투입시키는 용병술을 펼쳤다. 승부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적응하지 못한 장학영의 투입은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당장의 승패보다 선수의 경험과 능력을 끌어내는데 더 무게를 두었다.

장학영도 그러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의중을 읽었는지 지난 UAE 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며 자신의 기량을 펼쳐보였다. 적극적이고 한결 자신감이 붙은 오버래핑과 측면 돌파는 물론이고 중앙까지 침투하며 직접 슈팅까지 기록하는 등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만약 아드보카트 감독이 첫 경기에서 실수를 연발했던 장학영을 그대로 포기했다면 이러한 장학영의 새로움을 발견치 못했을 것이다.

기대하던 승전보는 비록 들려오지 않았지만, '뭔가 조련 되어가고 있다.'라는 느낌을 주는 대표팀에게 희망을 보았던 경기였다. 다가오는 핀란드전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이 어떤 선수 운용으로 경기를 풀어갈지, 그의 또 다른 실험이 기다려진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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