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날씨가 서서히 더워지고 있다. FC서울이 반전을 노리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기도 하다.
서울이 여름의 문턱을 넘기 시작한 5월 중순인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11라운드을 펼친다. 선두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승점이 필요한 서울은 이번에 리그 첫 연승에 도전한다. 아직 리그가 개막하고 연승 기록이 없다. 하지만 남다른 자신감이 있다. 이맘 때쯤이면 시즌 초반 문제들이 풀렸던 경험을 이용해 홈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계획을 그리고 있다.
올 시즌에도 결국 '슬로우스타터'의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 서울에게 여름은 기회다. 서울은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했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무더위에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그렇게 폭발하지 않던 화력이 깨어나는 시기도 여름이었고 서울이 자주 보여줬던 '극장승'의 대부분도 여름에 개봉됐다. 모든 것은 기록이 말해준다.
서울이 무더운 여름에 힘을 발휘한 지는 굉장히 오래됐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낸 통계치에 의하면 통산 여름성적이 47승28무17패였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통 6월부터 8월 사이를 여름으로 보는 기준에 맞춰 2008년 시즌에는 6승 2무 1패를 기록했고 2011년에는 10승 3무 1패의 성적을 올리면서 후반기 순위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2013년 여름은 더욱 뜨거웠다. 앞 시즌 우승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던 서울은 여름부터 상승세를 타면서 선두권으로 빠르게 복귀했다. 여름의 기간을 조금 더 넓혀 초여름으로 여겨지는 5월말부터 9월 1일까지 리그에서 10승 3무 2패의 압도적인 성적표를 내면서 승점을 빠른 속도로 쌓는 모습을 보여줬다. 득점도 15경기에서 25점을 넣었고 구단 사상 최다인 7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월드컵 특수'가 영향을 미쳤다. 여름에 시즌 대부분의 승점을 버는 서울로서는 브라질월드컵으로 휴식기에 돌입했던 K리그 일정이 야속할 법도 했다. 하지만 짧아진 하절기를 보냈음에도 서울의 여름 강세는 계속됐다. 5월 18일에 성남을 상대로 극적인 1-0 승리를 거둔 뒤 5월말과 6월을 뛰어넘은 서울은 7월부터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9월말까지 8승 7무 1패를 기록해 스플릿A에 합류할 수 있었다.
올 시즌에도 서울의 여름 본능은 꿈틀거리고 있다. 5월 중순을 넘어서는 이 시점에서 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초반의 부진을 조금씩 털어내고 있다. 포백으로만 구성됐던 수비진은 다시 스리백의 옷을 성황에 따라 적절히 꺼내 입으면서 수비의 안정화를 되찾았다. 또한 주장 완장의 주인이 바뀌면서 고명진은 부담을 덜고 차두리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팀의 경기력을 깨우고 있다. 여기에 김현성, 정조국, 몰리나, 부상에서 복귀하는 박주영 등 몸이 풀리고 있는 공격진들에 대한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동계전지훈련동안 가졌던 체력훈련의 효과도 발휘될 시점이 왔다. 보통 여름은 K리그 팀들이 각별히 유의하는 시기다. 더운 날씨와 비가 오는 날씨 등으로 인해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출전 횟수의 안배나 경기 전후의 몸상태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이와 함께 대비하는 의미로 시즌 전 훈련동안 체력 훈련에 공을 들인다. 서울도 어느 팀 못지 않은 체력훈련을 했다. 괌에서 가졌던 1차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했다.
서울이 여름에 발동이 걸린다면 전체적인 순위 판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승점 12로 10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서울이 선두권으로 올라설 기회는 아직 충분하다. 3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격차는 3점에 불과하고 2위 수원 삼성과도 5점차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31일 울산 현대와 홈경기는 물론이고 내달 6일 전북 원정, 28일 수원전, 7월 1일 제주전 등 중요한 경기들도 여름에 잡혀 있어 여름 강세만 잘 발휘된다면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엿보인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FC서울, 최용수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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