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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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처리? 아무도 원치 않는 대표팀 감독 자리

기사입력 2015.05.13 09:39 / 기사수정 2015.05.14 17:39

이은경 기자




대한농구협회가 지난 12일 강화위원회를 열고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9월 23일~10월 3일, 중국 후난성) 대표팀 감독 후보를 정했다. 후보는 유재학 모비스 감독과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다.
 
지난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는 모두 유재학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KBL이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는다’는 내규를 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은 국대위가 결정했는데, 사실상 KBL의 주도로 이뤄졌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다르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올해부터 KBL이 재정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국가대표 구성에 대한 업무를 협회 쪽으로 완전히 넘겼다. 이번 대표팀 감독은 그래서 협회 규정에 따라 뽑는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체육복표사업 관련 재원이 KBL로 지원됐다가 농구협회가 받는 식으로 복표사업 수익금 지원체계가 바뀌면서 대표팀 구성의 주체가 바뀐 셈이다.
 
농구협회에는 ‘리그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는다’는 내규가 없다. 기술위원 등으로 구성된 강화위원회가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고, 협회장이 그 중 한 명을 대표팀 감독으로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강화위원회는 이 규정에 따라 유재학 감독과 유도훈 감독을 후보로 추천했다.
 
두 명의 후보와 소속구단 모두 난감한 표정이다. 유재학 감독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을 이끌어낸 뒤 ‘이제는 대표팀 감독을 내려놓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비시즌 마다 팀을 비우는 것도 부담스럽고, 건강상의 이유도 있다.


 
유도훈 감독과 전자랜드의 경우 전 시즌 정규리그 6위팀 감독이 후보가 됐다는 게 이례적이라며어리둥절한 반응이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6위에서 플레이오프 4강에 올랐다. 기술위 관계자는 “당초 강팀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전자랜드를 4강까지 이끈 유도훈 감독의 지도력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후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강화위원회에서는 두 명의 후보를 추리고도 “대표팀 감독 선임이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는 ‘당연한’ 걱정이 나왔다.
 
올해 프로농구는 9월 12일에 개막하기 때문에 대표팀 감독은 비시즌을 통째로 팀에서 자리를 비우고, 시즌 초반에도 꽤 오랜 기간 벤치를 지키지 못한다. 게다가 아시아선수권은 우승팀만 리우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기 때문에 우승이 아니면 아무 소득이 없는 셈이다.
여기에 성적이 기대 이하일 경우 여론의 집중포화까지 견뎌야 한다. 아시안게임에 비해 관심과 지원은 적고, 본전도 못 건질 가능성이 커서 마치 ‘패전 처리’ 같은 자리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궈낸 직후부터 ‘대표팀 전임 감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수 없이 반복됐지만, 5월 중순이 되기까지 성과물은 없다. 2008년 잠시 전임제를 실시했던 이후로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지급할 충분한 연봉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임제는 말로만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농구협회 강화위는 후보 감독들에 대해 “어려운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국가대표 감독 자리가 편할 때는 맡고, 힘들면 거부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된다”며 원칙론만 말하고 있다.
 
프로팀 감독에게 ‘국가를 위한 희생’을 강조해야 하는 이런 딜레마가 계속 이어진다면,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농구의 경쟁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사진=KBL 제공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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