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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의 레그킥을 둘러싼 7가지 포인트 [나유리의 그린라이트]

기사입력 2015.05.13 13:00 / 기사수정 2015.05.13 15:44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강정호(28,피츠버그)의 레그킥은 정말 논란거리일까?

첫번째. 레그킥이란, 타석에서 타격을 준비할때 한쪽 다리를 들었다가 스윙과 동시에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기는 자세를 말한다. 쉽게 말해 스윙할 때 한쪽 다리가 마치 '킥'을 차는 것처럼 보이는 동작이다. 오른손 타자인 강정호는 타격할때 왼쪽 다리를 살짝 들어올렸다 바깥쪽으로 차는 레그킥을 보유하고 있다. 강정호 외에 대표적인 '레그킥' 타자로 유명한 선수는 이용규(한화)가 있다.

두번째. 강정호가 타격시 레그킥을 하게 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프로에 입단 이후 자신에게 꼭 맞는 타격폼을 꾸준히 만들어가면서 레그킥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볼 카운트, 투수 유형, 승부 상황에 따라 레그킥을 할 때도,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지금과 다르지 않다. 최근 연일 장타를 터트리고 있는 강정호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레그킥을 해 2루타를, 반대 상황에서 레그킥을 하지 않고 홈런을 신고했다.

세번째. 강정호가 한국에 있을 때는 레그킥이 그다지 큰 이슈가 되지 않았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명료하다. 강정호는 줄곧 '잘하는 타자'였기 때문이다. 거의 매년 무서운 속도로 타격 능력이 향상됐고, 40홈런에 타율 3할5푼6리로 '커리어 하이'를 찍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네번째. 강정호의 레그킥이 '핫이슈'가 된 것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후부터다. 포스팅 절차와 최고 금액 공개, 그리고 해당 구단이 '의외로' 피츠버그로 밝혀지면서 강정호에 대한 관심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도 수직 상승 했다. 당시 현지에서 작성되는 기사들은 대부분 의구심을 품으며 강정호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유보했다. "한국에서 40개의 홈런을 비롯해 좋은 기록을 많이 남겼지만, 이 숫자들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떤 단위로 환산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레그킥 논란도 이 즈음 시작됐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 그것도 유격수. KBO리그 출신으로는 사상 최초고,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도 거의 성공 사례가 없는 케이스다. 일본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던 내야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싹을 틔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섯번째. 왜 레그킥이 걸림돌처럼 비춰졌을까. 평균적으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KBO리그 투수들보다 수준이 높다. 평속도 빠르고, 타석에서의 승부 방법도 다르다. 때문에 레그킥 타법이 메이저리그급 투수들의 빠른 공에 대처하기에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고 메이저리그에 레그킥을 하는 선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 트라웃, 호세 바티스타, 버스터 포지 등이 예시다. 다만, 그들과 약간의 차이는 있다. 전문가들은 레그킥을 하는 메이저리그 대부분의 선수들이 다리를 들었다가 제 자리에 놓는데 반해, 강정호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는 스트라이드 형태라고 지적한다.

여섯번째. 강정호는 처음부터 "레그킥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확신을 갖고 있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듯 보인다. 오히려 레그킥이 주목 받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애초에 그는 '적응'이라는 카테고리의 초점을 다른 곳에 맞추고 있었다. 강정호는 "여기(메이저리그)에서 생각보다 투수의 공이 잘 보인다. 속도나 무브먼트가 마냥 압도적인 것만은 아니다. 많은 출장 기회만 확보된다면 충분히 해볼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곱번째. 논란 자체를 종결하기 위해 레그킥을 전면 수정할 수도 있을까. 강정호가 좋은 성적을 냈던 2013년과 14년. 넥센 1군 타격 코치를 맡았던 허문회 현 화성 히어로즈 2군 타격 총괄 코치는 "하루 아침에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레그킥은 '몸의 타이밍'이기도 하다"면서 "강정호는 노림수 하나만큼은 타고난 선수다. 다른 타자들과 가장 다른 점이다. 본인이 어떤 코스를 치겠다 생각하면 그것이 들어맞는 퍼센트가 정말 높다. 만약 강정호가 노림수가 부족한 타자였다면 레그킥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의견을 보탰다.

또 현재까지 성적이 좋다. 강정호는 팀내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주전으로 출전하는 경기수도 느는 중이다. 허 코치는 "정호가 겨울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한게 눈에 보인다. 타격 밸런스는 한국에 있을 때 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예전에는 변화구를 칠 때 종종 앞으로 무너지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중심 이동이 더 잘되는 것 같다"며 강정호의 빠른 성장과 적응에 놀라워했다. 물론 클린트 허들 감독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정호의 레그킥이 마뜩잖다는 뉘앙스를 종종 누설(?)하기 때문에 신경이 안쓰일 수는 없다.

강정호의 '레그킥 이슈'는 적어도 당분간은 성적이 좋으면 좋을 수록, 나쁘면 나쁜대로 주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스스로 대처법을 터득했고 통할 수 있다는 것도 증명해냈다. 섣부른 추측을 할 수 없는 가운데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강정호가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새로운 세계에 녹아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강정호 ⓒ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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