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동료들이 만들어준 세이브나 다름 없어요."
3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시즌 2차전. 롯데의 선발 투수 조쉬 린드블럼이 6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물러난 후 두번째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때 롯데팬들이 자리한 1루측 관중석에서 큰 함성이 쏟아져나왔고, 잠시후 전광판에는 심수창(34)의 이름이 깜빡거렸다.
지난 10일 한화전을 시작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심수창은 올 시즌 3경기 17⅔이닝 평균자책점 2.55로 위력적인 피칭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유독 승운이 없었다. 3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에 그쳤고, 지난 23일 광주 KIA전에서는 완벽투를 펼치며 첫승 요건을 갖췄음에도 불펜 난조로 불발됐다.
당초 심수창은 29일 넥센과의 시즌 2차전 선발로 예고돼 있었다. 그러나 경기 자체가 우천 순연되며 심수창의 시즌 네번째 선발 등판 기회도 뒤로 밀렸다.
단 1점차 리드. 아슬아슬한 상황에 7회말 마운드를 물려받은 심수창은 넥센의 2-3-4번타자를 차례로 상대했다. 서동욱-이택근-박병호로 이어지는, 결코 만만치 않은 타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3명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특히 이날 3안타 경기를 펼치던 박병호를 헛스윙 낫아웃 삼진으로 돌려세웠을때 관중석 함성은 더 커졌다.
심수창이 7회부터 9회까지 3이닝을 막는 동안 물론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의 뒤를 지키는 7명의 동료들이 '메이저리그급' 호수비로 어깨를 한결 가볍게 만들어줬다. 아두치는 8회말 윤석민의 홈런을 걷어내는 슈퍼캐치로 진기명기를 선보였다. 2루타가 되긴 했어도 만약 그대로 담장 밖을 넘어갔다면 3-3 동점이 될 뻔 했다. 이어 김하성의 안타때는 중견수 김민하가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는 레이저 송구로 심수창을 도왔다.
9회초 오승택의 쐐기 홈런까지 터지면서 심수창은 팀의 승리를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 9회말 서동욱의 병살타로 롯데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심수창은 시즌 첫승을 거둔 것만큼이나 기뻐했다. 이종운 감독도 "그동안 수창이가 마음 고생을 너무 많이 했는데, 오늘 경기를 계기로 동료들을 믿고 자신감까지 갖길 바란다"며 함께 기뻐했다.
경기 후 연락이 닿은 심수창은 "동료들이 만들어준 세이브였다. 너무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며 여러차례 강조했다. "오직 팀이 승리할 수 있게 한 타자, 한 타자 승부한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운이 좋게 수비 도움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심수창은 "마지막까지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날 믿어주셨다. 덕분에 힘이 났다. 또 중요했던건 마운드에 올라갈 때 들린 팬들의 함성이다. 스스로 전율이 느껴질만큼 큰 함성이었다. 덕분에 더욱 더 전투력이 생겼다"며 코칭스태프와 뜨겁게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심수창은 지난해 은퇴를 결심했던 선수라고는 믿겨지지 않을만큼 놀라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호투하고도 승리를 못챙긴 경기가 있는 반면, 흔들릴 때 동료들이 일으켜 세워준 경기도 있다. 산전수전 모두 겪은 그는 아직도 성장 중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심수창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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