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비 내리는 하늘은 어두웠고, 목동 경기는 취소됐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팬들에게 묵묵히 한 외국인 선수가 사인으로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었다. 브래드 스나이더(33,넥센)였다.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정규시즌 2차전이 비로 취소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나이더에게 밝은 미래가 예상됐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부상으로 부진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선 4할 타율을 기록해 LG의 플레이오프행에 앞장섰다. 능력을 인정받아 넥센 유니폼도 입었다.
스프링캠프까지만 해도 좋았다. 지난 2월 26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28일 요코하마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해 넥센의 중심타선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그러나 시범경기부터 내려가기 시작했다. 불을 뿜던 방망이는 어느새 1할 타율로 떨어졌다. 정규시즌이 돼도 달라진 건 없었다. 타율은 1할8푼4리에 그쳤다. 2루타도 1개에 불과했다.
염경엽 감독은 "스나이더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앞으로 2군에서 약 1달 동안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실력을 끌어 올릴 것"이라고 전해 한동안 스나이더를 목동에서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이날 목동구장에 나타났다. 이유를 묻자 "매니저(염경엽 감독)가 내 마음대로 스케줄을 정하라고 했다. 그래서 훈련은 1군에서 하고 경기는 2군에서 끌어 올리려고 한다. 오늘도 훈련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경기에 모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갑자기 뚝 떨어진 타격감에 대해 묻자 스나이더는 "말 그대로 나 자신을 투수에게 거저 주고 있었다. 스스로를 불리한 볼 카운트로 몰아 세웠다. 툭하면 1볼-2스트라이크 등 위기 상황에 몰렸고, 내 스윙을 할 수 없었다. 투수들도 나를 상대할 때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내가 스스로 만든 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트가 스트라이크 존 안이 아닌 벗어난 지점에서 돌고 있다. 이런 약점들을 최대한 보완해 오겠다"고 냉정하게 이유를 분석했다.
염경엽 감독이 제시한 '자율 훈련'에 대해 묻자 "정말 좋다. 미국 선수들은 넥센이라는 팀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기회를 줘서 다시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내가 하던 방법이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한 다짐을 내비쳤다.
현재 어려운 상황에 있음에도 스나이더는 팬들에게 안부를 전해주고 싶다고 하자 성실히 인터뷰에 응해줬다. 염경엽 감독의 배려로 다시 한번 부활을 날갯짓을 하고 있는 스나이더가 한달 뒤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궁금하다.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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