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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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영재' 필 "휴대폰 어플로 공부 했어요"

기사입력 2015.04.24 11:22 / 기사수정 2015.04.24 03:07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야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타자 브렛 필(31)은 야구 실력만큼이나 인성도 훌륭하다. 하지만 돋보이는 또다른 한가지가 있다. 바로 '한국어 능력'이다. 필은 한글을 거의 완벽하게 읽을 수 있다. 단어의 뜻을 정확히 모르더라도 '읽기'는 가능하다.

사실 외국인, 특히 우리와 전혀 다른 서구 문화권 출신 선수들은 한국어 습득에 고충을 겪고 있다. 어순이나 문장 구조, 한자어와 외래어 혼용 등 문법적인 문제가 크지만 근본적으로 한글 생김새 자체를 생소해 한다. 그래서 KBO리그에서 오래 뛴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다른 선수들을 등번호로 기억한다. 이름을 발음하고, 기억하기 어려워 번호로 구분하는 것이다. 한 외국인 선수는 '강정호' 대신 '넥센의 16번'이라고 해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한국에서 고작 만 1년을 보낸 필의 일취월장 한국어 실력 향상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미국 서부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던 그가 1시즌만에 한글 습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팀 동료는 물론 타팀 선수들도 등번호 대신 '풀네임'으로 외우고 있다. 사도스키처럼 읽기, 쓰기, 말하기가 다 되는 독보적 한국어 실력을 가진 케이스도 물론 있지만, 필의 습득력도 매우 빠르다.

김기태 감독도 그런 필을 자랑한다. 취재진을 만나면 "필이 한글을 다 읽을 줄 안다"며 연신 뿌듯해한다. 가끔씩은 필에게 선발 라인업을 읽어보라고 종이를 건네기도 했다. 김기태 감독은 "1번 김주찬부터 9번 강한울까지 하나하나 잘 읽더라"며 껄껄 웃었다.

필이 한글을 깨우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부상'이다. 지난해 여름 미세 골절 부상으로 한달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필은 재활의 지루함을 공부로 풀었다. "시간이 많이 남아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는 필은 "책이나 텔레비전 말고 휴대폰 어플로 공부했다. 이제 글자는 다 읽을 줄 아는데 말하는게 어려워서 걱정"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이런 노력은 KBO리그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시작됐다. 낯선 나라, 낯선 리그, 낯선 환경이지만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 실력에 노력까지 갖춘 '일품 외인' 필 덕분에 KIA도 웃는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브렛 필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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