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더는 물러날 곳도 없다. 박용근(31,kt)의 각오가 그랬다.
2007년 LG의 2차 1라운드 출신으로 기대를 많이 받고 입단했다. 안정적인 수비와 빠른 발을 이용한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가 장점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기회를 잡지 못해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특히 타격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07년 데뷔 후 박용근이 남긴 성적은 통산 341경기에서 2할1푼4리 4홈런 33타점 87득점이다. 그나마 '커리어하이'라고 불릴 수 있는 시즌인 2010년에도 53경기에서 2할6푼3리를 남긴 것이 전부다.
2010년 시즌 종료 후 경찰청에 입대해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2012년 10월 제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의의 사고로 칼에 찔리는 큰 부상을 당해 약 1년을 재활로 보냈다. 그리고 2014년에 다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27경기에 그쳤다. 이후 2015년 시즌을 2군에서 시작했고, 결국 지난 20일 윤요섭과 함께 이준형과 트레이드되면서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당일날 전화로 갑작스럽게 트레이드 사실을 통보받은 그는 "상상도 못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트레이드가 섭섭할 법도 했지만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등번호 89번을 단 그는 "기대의 두 배만큼은 하지 못해도, 기대만큼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다행히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데 있어서는 큰 문제가 없다. LG 시절 같이 보냈던 동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대형, 박경수, 김상현과 더불어 외국인 선수 옥스프링과도 한솥밥을 먹었었다. 이들은 훈련이 끝난 뒤 모여 앉아 그동안 못다 나눈 이야기꽃을 피웠다.
조범현 감독도 박용근의 활약을 기대했다. 특히 주전 유격수 박기혁과의 선의의 경쟁 관계를 부추겼다. 조 감독은 "주전 유격수 박기혁이 최근 페이스가 떨어진 상태다. 박용근의 합류가 긴장감도 불러일으키고 좋은 효과를 가지고 올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리고 곧바로 박용근에게 기회를 줬다. 박용근은 트레이드 발표 다음 날인 21일 수원 SK전을 앞두고 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7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까지 했다.
많은 기대를 받은 만큼 의욕이 앞서서였을까. 수비에서는 제 역할을 했지만 또 다시 타격에서 침묵하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듯했다. 세 타석을 별다른 소득 없이 돌아섰던 그는 마지막 네번째 타석에서 장타를 때려내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박용근은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SK 투수 전유수의 초구를 공략해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때려냈고, 이후 안중렬의 안타로 홈까지 밟았다. 그의 올시즌 첫 안타와 첫 득점이다.
이날 팀은 3-9로 패배했지만, 박용근은 kt 데뷔 무대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 제 역할을 해줬다. 첫 단추는 비교적 잘 끼운 셈이다. 이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꽃 피우는 일만 남았다.
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
[사진=박용근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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