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지원 기자] 뜨겁고 야한 선전포고다. 가인의 신보 ‘하와’는 놀랄 만큼 당당하게 19금을 정조준 하고 있다. 자연히 화제성을 잡는데도 성공했다. 자정 음원 발표 이후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으니 그녀의 파급력 죽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솔로 데뷔 이후 여러 장르의 섹슈얼함에 도전해 온 가인은 ‘하와’를 통해 인류 최초의 금기를 깬 여자 하와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그녀의 프리뷰 비디오, 뮤직비디오만을 두고 봤을 때 야하고 선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사실 ‘파라다이스 로스트’에서 밀착된 시스루 의상을 입고 다리를 벌리는 춤을 추거나, ‘애플’에서 엉덩이를 강조하는 영상이 반복적으로 비춰지는 부분만을 보고 선정적이지 않다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있다 해도 극히 드물 것이다. 여기에, 앨범을 관통하는 하와라는 이미지를 모른 채 부분적인 영상만 본다면 오해는 극대화된다.
그러나 가인의 앨범을 두고 마냥 ‘선정적이다’고 치부하기엔 이번 앨범이 가진 다양한 콘셉트와 깊이가 아깝다. 그녀의 섹시함은 일차원적인 섹스어필에서 그치지 않고 하와를 표현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의 일환으로 느껴지기 때문인데, 미니앨범 수록곡의 가사들만 봐도 하와를 표현하고자 하는 가인과 소속사의 노력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인류 최초의 금기를 깬 여자 하와는 선악과를 깨물고 나서 ‘하지 말라고 말하니까 하고 싶다(‘Apple’ 중)’고 금기를 깬 이후 달콤함에 빠진다.
이후 뱀의 유혹을 받고 실낙원에서 추방된 하와는 뱀으로부터 ‘너는 잘못한 게 없는 거야/내 목소리가 아닌 모든 말은 거짓말’이라는 말을 듣고 ‘지금 난 거의 다 파라다이스(‘Paradise Lost’ 중)’라며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유혹에 눈을 뜬 하와는 제 속에 뱀보다 더한 악마가 있다며 ‘그 앤 낮보다 밤에 더 예뻐/사악한 뱀보다도 더 위험할지 몰라(‘두 여자’ 중)’라고 자신의 이중성을 고백한다.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 가사들이 하와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담은 것이다.
앨범 총 프로듀서 조영철 역시 SNS를 통해 “하와는 신의 섭리에 의한 수동적 존재가 아닌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이번 앨범을 기획했으며 “가인이 표현하는 하와를 보고 싶어졌다”고 이번 앨범의 시작점을 언급했다.
그 중 가장 파격을 시도한 곡은 단연 타이틀곡 ‘파라다이스 로스트’일 것이다. 뱀과 하와를 오가는 화자는 멜로디와 가사에서도 엿볼 수 있듯 매혹적이고 유혹적이다. 가인 역시 이에 어울리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이번 앨범을 위해 현대무용을 섭렵한 가인은 뱀의 비늘을 표현한 듯한 의상은 물론, 속도감과 리듬감 있는 뱀의 움직임, 또 성경 속 누군가를 유혹하는 뱀의 농염함까지 퍼포먼스화 하는데 성공했다.
멜로디, 가사, 이미지, 콘셉트, 퍼포먼스까지 하나의 유기체로 완벽하게 갖춰진 이번 앨범은 가인의 여느 앨범과 비교했을 때도 부족함 없다는 뜻이다. 비록 야하게 보일 수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바라본다면 그것도 새로운 하와를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방식 중 하나인 것이다. 가인 역시 섹슈얼한 이미지가 일면 부담스럽더라도, 뱀의 요염함과 선악과를 베어 문 하와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모습 내보이겠다는 각오다.
물론 그녀의 퍼포먼스와 선정성 여부를 놓고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하와의 변화’라는 스토리텔링에 맞춰 선보이는 콘셉트 확실한 섹시함을 단순히 ‘벗기 위한’ 일차원적인 섹시함과 동일선상에 놓는 일각의 시선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가인의 이번 앨범은, 그렇게 치부하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다.
정지원 기자 jeewonjeong@xportsnews.com
[사진 = 가인 ⓒ 에이팝엔터테인먼트, 가인 뮤직비디오 캡처]
정지원 기자 jeewonj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