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토니 크로스(26, 독일)가 레알 마드리드를 묵묵히 지탱하고 있다. 주전들의 부상 이탈에도 레알이 큰 위기 없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에는 연결고리인 크로스의 공이 지대하다는 평이 우세하다.
크로스는 지난해 여름 '라 데시마(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의 영광을 누린 백곰군단에 합류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사비 알론소와 앙헬 디 마리아가 빠진 중원에 크로스를 기용하며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크로스는 현재까지 레알이 치른 40경기에서 38경기에 출전하며 수장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다. 37번이나 선발 명단에 오른 것은 레알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을 대변한다. 크로스는 이번 시즌 3182분간 녹색 필드를 누볐다. 크로스가 가장 많이 시간을 누빈 때는 2011-12 시즌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중용을 받던 바이에른 뮌헨 시절이다. 당시 3433분을 소화했던 크로스는 3경기만 치르면 조속히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레알의 신형 엔진은 팀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루카 모드리치와 사미 케디라의 공백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크로스는 레알의 젖줄기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4경기에서 1656회의 패스를 뿌린 크로스는 무려 93%의 경이적인 성공률로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2위는 1658회의 볼을 배달해 92%를 거둔 FC바르셀로나의 세르히오 부스케츠다.
해당 수치는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은 사비 알론소의 2013-14 시즌의 88%를 웃돈다. '패스 마스터' 알론소의 대체자로 크로스를 낙점한 레알의 수완이 더욱 빛나는 대목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7경기에 모두 출전한 크로스는 레알 유니폼을 입고 쉴틈없이 내달렸다. 월드컵 이후 유로2016 예선을 비롯해 독일 축구대표팀이 치른 A매치 4경기에도 모두 선발로 출전하며 양측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당연히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크로스를 둘러싸고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본인이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크로스는 지난해 11월 FC바젤과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후 "피곤하다. 이렇게 많이 뛴 적이 없다"고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바젤전 이후 말라가와의 경기에 나선 크로스는 코넬라와의 국왕컵 32강 2차전에서 휴식을 취했다. 짧게 재충전한 크로스는 다시 강철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매 경기 축구화 끈을 동여맨 크로스는 샬케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 끝난 뒤 "어느 때보다 몸상태가 좋다"고 체력 문제를 불식시키며 철인의 면모를 보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의 BBC 라인과 월드컵 득점왕인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이 포진한 화려한 공격진 만큼 조명을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분명 그에 버금가는, 그 이상의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안첼로티 감독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는 3월 2일 비야레알과의 리그 경기를 앞둔 안첼로티 감독은 "쾌조의 몸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면서 호날두와 함께 크로스를 꼽았다.
인플레이션이 심했던 지난해 여름 이적 시장, 뮌헨은 약 3000만 유로(약 417억 원)의 이적료를 받고 레알에 이적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다소 저렴하게(?) 크로스를 내준 뮌헨은 아쉬움을 삼킬지도 모른다. 이와 달리 레알은 크로스에게 두둑한 특별 보너스를 지급해야 할 정도로 흐뭇하다. 크로스가 레알의 알짜배기 복덩이라는 사실에 딴지를 거는 이는 극히 없을 것이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토니 크로스 ⓒ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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