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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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방①] '풍문으로 들었소', 혼전임신만 보이나요?

기사입력 2015.02.24 06:43 / 기사수정 2015.02.24 01:33

정희서 기자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풍문으로 들었소'가 상류층의 위선과 모순을 유쾌하게 꼬집었다.

23일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10대들의 혼전임신이란 파격적인 소재와 휘몰아치는 전개, 입체적인 등장인물로 첫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내의 자격', '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는 전작들에 이어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상류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드라마 전반에 깔아놨다. 상류층의 모순된 모습은 1회부터 인상(이준 분)의 부모 한정호(유준상)-최연희(유호정)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한정호는 법조인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 교육을 받고 자라 법무법인 한송 대표로, 권부의 인사까지 관여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 행사하는 인물이다. 깔끔한 수트 차림과 온화한 성품, 겉모습은 '신사'다. 그러나 그는 뼛속까지 '귀족 의식'으로 가득찬 인물이다. 한정호는 명문대에 합격한 인상에 "할아버지 늘 하시던 말씀 기억하지? 진정한 법률가는 냉철한 휴머니스트이면서 열정적인 합리주의자다. 오직 일류대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야"라면서 상류층의 대를 잇기 위해 압박을 가했다. 

최연희 역시 기품 넘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전형이지만, 아들의 탄탄한 미래를 위해 미신인 부적까지 쓰는 등 '웃픈' 모습을 보였다. 상류층의 모임에 참석해 "품격과 내용은 돈만 가지고 안되지"라며 고상을 떨었고, 인상이 사법고시를 준비한다는 소문에 "억지로 시키는 거 아니다. 아버지 할아버지 그 뒤를 잇는 거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이다"라고 방어적 태도를 취했다. 

또 인상을 위해 점술가를 만났느냐는 물음에 "우린 그런 거 안 해. 법일을 다루는 집안에서 어떻게 미신을 믿을 수가 있느냐"라며 딱 잘라 말했다. 그러나 부적이 든 복주머니가 떨어지면서 연희의 모순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부부의 아들 인상은 늘 주눅이 든 모습이다. 그의 성격은 부모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부모의 말을 묵묵히 따르던 인상에게 결정권은 없었다. 엄격한 아버지와 고상한 어머니의 '틀' 안에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런 인상은 서 봄(고아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며 신세계를 만난다. 이후 인상은 서봄과의 하룻밤을 보냈고, 덜컥 임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한인상은 만삭이 된 서봄의 모습을 보고 책임지고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막상 자신의 집에 가던 길에 자살소동을 벌이며 나약한 내면을 드러냈다. 물에 뛰어들어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담그는 그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봄의 타이름에 다시 마음을 굳게 먹는 모습은 '온실 속 화초'의 단면을 보여줬다.  

첫회부터 '파격적인' 혼전임신을 그려냈지만, 결코 '혼전 임신'에 포인트를 찍지 않았다. 충분히 자극적인 영상과 전개를 보여줄 수 있음에도 '풍문으로 들었소'는 베드신을 침대에서 격렬한 키스를 나눈 뒤 인상이 신발을 벗는 장면으로만 그려냈다. 이는 가장 순결한 형태의 남녀가 하는 사랑을 표현한 극단적인 장치이자, 앞으로 펼쳐질 갈등에 단초를 그려내는 것에만 중점을 맞췄다는 의미다. 실제로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는 고교생 커플의 혼전임신보다 특권층의 모습을 설명하는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안판석 PD는 이날 방송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나라는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계급이 굳어지고 있다. 때문에 계급과 갑과 을의 문제를 다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이 시작됐다. 갑질과 을질를 풍자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라며 "우리 드라마는 코미디 물이다. 많이 웃고 즐겨 달라"고 드라마 속 풍자 코드에 초점을 둬달라고 당부했다. 

드라마가 지닌 '블랙코미디'의 핵심은 현실적이고 냉정한 상황에 익살스러운 장면이 드문드문 삽입돼 있다는 것이다. '풍문으로 들었소' 1회는 탈모를 신경 쓰며 머리를 두드리는 정호와 '어떻게 그런 사고를 쳤을까' 의심이 드는 인상의 소심한 성격 등 모순으로 가득 찬 상류층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풀어나갔다. 특권 속에서 만들어진 인상과 맨땅에 민들레처럼 자란 서봄의 사랑을 통해 앞으로 양측 집안의 갑을 구도, 상류층의 위선이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사진 = 풍문으로 들었소 ⓒ SBS 방송화면]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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