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연습경기는 연습경기일 뿐이다. 하지만 패배의 맛은 쓰게 느낄 수록 보약이 된다.
김기태 감독 체제 하에 새로 뛰는 KIA 타이거즈 선수단은 지난달 17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미국이나 괌, 하와이 등에서 1차 캠프를 따로 차리지 않고 장소 이동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것이 흔하지는 않은 일이다. KIA는 지난해까지 투,야수조가 나뉘어서 1차 캠프를 차렸었고, 애리조나에서 일본으로 넘어왔던 시즌도 많았다.
2달 가까운 기간 동안 한 곳에 머물다보면 선수들이 지루해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세밀한 선수 파악 및 조합에 나선 신임 김기태 감독이 투수와 야수를 한꺼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 프로팀 중에서는 홀로 오키나와를 지키고 있었던 KIA는 2월이 넘어가면서 삼성, LG, SK 등 반가운 동료들을 하나둘씩 맞이하고 있다. 타팀의 합류는 곧 연습경기 시즌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KIA도 지난 15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대결을 시작으로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총 11번의 연습경기 중 넥센과 2번, 한화, 삼성과 각각 1번씩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팀들과의 경기다.
그런데 야쿠르트, 라쿠텐, 니혼햄 등 일본 프로팀들과 치른 3차례 연습경기 결과가 썩 좋지 않다. 야쿠르트전에서는 임준섭(실점), 이준영(4실점), 최현정(5실점) 등 마운드가 무너지며 3-14로 처참하게 패했고, 라쿠텐전에서도 23안타를 얻어맞으며 2-16으로 졌다.
니혼햄전에는 KIA 야,투수 모두가 긴장해야 할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160km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는 상대팀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가 선발 투수로 등판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타니는 3이닝 6탈삼진 무실점으로 '이름값'을 해냈다. KIA 타자들은 오타니에게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다음날 이 연습경기를 지켜본 일본 언론에서는 "오타니가 한국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피칭을 했다. 153km의 직구로 첫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냈고, 3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다. 신무기 체인지업 시험도 성공적이었으며 오타니의 눈빛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고 극찬했다.
베스트 전력을 가동한 것도 아니고, 실전 감각을 점검하는 수준의 말 그대로 '연습경기'지만 패배의 맛은 더 쓰게 느낄 수록 보약이 된다. 실제로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올시즌 KIA의 전력을 리그 하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분위기 반등을 꿈꾸며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사기를 꺾을 수도 있는 냉정한 평가다. 2년 연속 8위라는 초라한 성적표와 '플러스' 보다 '마이너스'가 큰 선수 구성 등 객관적인 지표는 전문가들의 평가에 더 맞아들어간다.
하지만 야구공은 둥글고, 모든 일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김기태 감독은 이번 캠프 내내 "모든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범호, 최희섭 등 주축이 되어야 할 선수들이 어느때보다 열심히 시즌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여기에 KIA 선수들이 연습경기, 시범경기에서의 절절한 쓴맛을 아프게 느낀다면, 외부의 평가를 뒤엎고 '반전드라마'를 쓸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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