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배우 장영남의 '명품' 연기가 물이 올랐다.
장영남은 '어머니'역을 맡는 경우가 잦다. 천만영화 '국제시장'에서도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의 어머니를 맡아 전쟁 통에서도 자식을 위해 굳세게 살아가는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임신해 무거운 몸으로 70대 노역을 맡은 영화는 결국 천만 관객으로 보답받았다. 불혹을 넘어선지 얼마 되지 않은 여배우에게 어머니라는 역할이 주는 무게는 다소 무겁고 버거울 수 있지만 연출자들은 그녀의 연기력을 알기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
23일 방송된 엠넷 뮤직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에서도 그랬다. 강세찬(진영)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오열하는 장면이 연이어 전파를 탔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세찬의 빈자리를 느끼고 슬퍼하는 구해라(민효린)부터 동생과 함께한 시간을 더듬어 추억하는 세종(곽시양)까지 모두들 눈물을 멈출 줄 몰랐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백미는 세찬의 어머니 강순(장영남)이었다.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뒤 멍한 표정으로 슬픔 속을 헤매던 강순(장영남)은 아들이 떠난지 3년만에야 울지 않겠다는 다짐을 털어 놓는다. "세찬아, 이제 엄마는 우리 세찬이때문에 안울끼다. 그래도 우리 세찬이 안 섭섭하재"라며 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아들을 향한 먹먹한 심정을 드러냈다. 간신히 아들을 가슴에 묻으려는 찰나에 발견한 아들의 버킷리스트는 그녀를 끝내 오열하게 만들고 말았다.
버킷리스트의 가장 첫번째 항목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해라와의 연애나 결혼 혹은 슈퍼스타가 되겠다는 다짐이 아니었다. '가수가 되어 강순씨 호강시켜드리기'가 그의 첫 목표였다. 어머니를 호강시키고 싶다는 것이 그가 죽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일이었다.
그의 버킷리스트에는 '나도 형처럼 우리 엄마의 자랑스러운 아들되기'등 강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내용이 연거푸 담겨있었다. 한참을 눈물 흘린 강순은 아들을 안치한 납골당을 찾아 아들의 소원을 이뤄주겠노라 다짐하면서 절제된 감정연기의 미학을 보였다.
장영남은 흥겨운 뮤직 드라마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로 밸런스를 잡아주는 한편, 스토리에서도 중요한 열쇠를 쥐었다.
23일 방송 분 에필로그에서 그녀가 데리고 있는 두 갓난 아이를 바라보고 미혼모 센터의 직원이 어느 쪽이 네 아이냐고 묻는 장면이 있었던 것. 숨진 세찬과 똑같이 생긴 레이 김(진영)의 등장으로 혼란이 온 가운데 이 출생의 비밀은 오로지 그녀만이 알고 있어 향후 극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영남의 명품 어머니 연기는 '국제시장'부터 '칠전팔기 구해라'까지 무엇 하나 소홀함 없이 극에 빨려들어가게 만든다. 특히 '칠전팔기 구해라'는 톡톡 튀는 젊은 연기자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모습이다. 진짜 어머니처럼 이들과 함께 연기를 펼치는 장영남은 매 신 하나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아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멜로 연기에도 관심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칠전팔기 구해라' 속 장영남은 이미 너무나도 완벽한 '어머니'임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다. 그녀가 없었다면 분명 이 드라마는 조금 심심했을 것이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칠전팔기 구해라' 장영남 ⓒ 엠넷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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