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1.05 07:52 / 기사수정 2015.01.05 07:52
특히 총 20회 중 절반이 방송되며 반환점을 돈 '일리 있는 사랑'에서 타이틀롤 일리 역을 맡은 이시영을 바라보는 시선이 뜨겁다.
이시영은 한 작품 안에서 무려 14년의 세월을 뛰어넘으며 총 세 번에 걸친 변신을 했다. 김일리라는 한 인물의 풋풋한 고등학생 시절과 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여전히 꿈을 믿는 20대, 그리고 고단한 현실의 부담조차 일상화된 결혼 7년 차 30대 여인의 모습을 각각 제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다.
고등학생 일리는 엉뚱함과 일찍 여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모두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아는 소녀였다. 이 때문에 저돌적으로 부딪혀오는 감정조차 사랑스러웠고, 선생님을 향한 동경 아닌 사랑을 이해시키며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도 있었던 도덕적 굴레에 '일리'를 부여했다.
짧은 장면으로 등장했던 20대 일리와 30대 일리의 모습 역시 완연히 달랐다. 불의의 사고 이후 7년 만에 우연히 조우한 희태(엄태웅 분) 앞에서 당연한 듯 청량한 미소를 쏟아낸 일리는 아직 운명을 믿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랑에 적극적인 당돌함은 마치 누구나의 첫사랑을 연상시키듯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다시 7년을 넘어 결혼 7년 차 부부로 살아가는 일리에겐 현실이 보였다. 현실과 안드로메다의 경계를 넘나들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던 일리에겐 크나큰 변화였다. 일리는 연구를 위해 집을 비우는 게 당연시돼버린 희태를 대신해 가장을 자처했다. 식물인간이 된 시누이를 억척스레 돌보고 쉽지 않은 시부모를 견디며 조금씩 무뎌졌다.
묘한 감정으로 다가온 남자가 지친 자신을 먼저 알아보며 위로처럼 상처를 쓰다듬을 때, 흔들리는 마음을 감추려 애쓰다 악을 토해내고 결국 한 번도 말한 적 없던 '힘들다'는 말을 서럽게 쏟을 때까지 일리는 지쳐가는 자신을 외면했다. 스스로 단죄하듯 이혼 신고서 상 '배우자 부정'에 힘주어 체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극 중 일리와 비슷한 또래인 30대 여성들의 큰 공감을 이끌었다. 남모르게 소주 한 잔으로 위로 삼는 일리의 쓸쓸함을 긴 대사보다 강렬하게 표현한 이시영 덕이었다. 이시영의 원숙한 눈빛이야말로 바보 같기까지 했던 소녀 시절 꿈도 희망도 지운 채 현실에 휩쓸린 일리의 현재를 말하는 지표이자 스스로를 향한 일리의 연민이었다.
이에 30대 여성들은 이러한 일리를 보며 울컥했다는 소감을 쏟아내고 있다. 스스로 힘든 줄도 모르고 일상에 치여 살아가는 일리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모습이었다며 이시영의 세심한 감정 흐름에 공감하고 있다.
자극적으로 드러난 '불륜'이라는 소재 이면에 가장 바쁘게 현실과 타협해야 하기에 자신의 상태조차 돌아볼 수 없이 채찍질만 했던 보편적 30대와, 가족을 위해 당연한 듯 희생을 강요당한 기혼 여성의 공감을 사며 큰 지지를 이끌어낸 이시영의 힘이라는 평이다.
이시영은 감정의 진폭이 큰 김일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또 한 번 연기자로서 성장의 가능성을 보였다. 화면에 보이는 모습보다 매 순간 일리에 충실해 망가짐도 불사한 이시영의 선택이 앞으로 남은 10회에서 또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며 자신의 연기가 '일리 있음'을 증명해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리 있는 사랑'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일리 있는 사랑' 이시영 ⓒ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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