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킹' 티에리 앙리가 축구 선수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앙리는 이제 '스카이스포츠'의 축구 전문가로 활동하게 된다.
앙리는 16일(한국시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현역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앙리는 지난달 30일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뉴잉글랜드와의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패한 후 뉴욕 레드불스와 계약이 만료됐고 축구화를 벗기로 결정했다.
1999년 8월 3일,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쓴맛을 본 젊은 공격수가 런던에 입성했다. 앙리의 시작은 조금 초라했지만 아르센 벵거 감독의 그 선택은 축구계가 새로운 '킹'을 맞이하는 출발이었다.
앙리는 데뷔 첫 시즌(1999-2000)부터 47경기에 출전해 26골 11도움을 올리며 런던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아스날에서의 앙리 발자취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 8시즌 동안 총 369경기에 나선 앙리는 226골을 터뜨렸고 그와 함께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3회, 커뮤니티실드 2회 우승 등 프리미어리그 강자로 우뚝 섰다.
2007년 자신의 꿈을 위해 아스날을 떠났지만 앙리는 여전히 아스날의 킹이었다. 뉴욕 레드불스 소속이던 2011-12시즌에는 단기 임대로 위기에 빠진 아스날에 합류해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스카이스포츠'가 선정한 앙리의 베스트 순간은 그가 어떻게 아스날의 킹이 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앙리의 존재를 알린 하프 발리
아스날 선수라면 반드시 뚫어야 하는 산은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문이다. 이적 후 두 번째 시즌인 2000년 10월 앙리는 마침내 맨유의 골망을 흔들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패스를 받은 앙리는 오른발로 툭 띄운 뒤 곧바로 하프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고 큰 포물선을 그린 볼은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북런던 더비의 상징 기찻길 세리머니
2002년 11월 16일 토트넘을 만난 앙리는 역사상 가장 멋있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양 무릎으로 팬들을 향해 쭉 미끄러지며 당시 홈구장인 하이버리에 길고 굵은 기찻길을 냈다. 그에 앞서 넣은 골은 더 환상적이다. 하프라인 밑에서 볼을 잡은 앙리는 상대 문전까지 내달렸고 침착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무패 우승을 만들어낸 해트트릭
아스날과 앙리에게 있어 최고의 순간은 2003-04시즌 무패 우승이다. 이후 어느 팀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의 무패 우승 대기록에서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2004년 4월에 열린 리버풀전이었다. 마이클 오웬의 활약에 전반을 1-2로 뒤진 채 끝낸 아스날은 자칫 무패가 끊길 수도 있었다. 그 순간 앙리가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했고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2-2 상황에서 홀로 리버풀 페널티박스 안으로 달려들어 수비수 3~4명을 따돌리고 넣은 골이 가장 대표적이다.
굿바이 하이버리 골
아스날의 옛 홈구장 하이버리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 앙리가 가장 뜻깊은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위건 애슬레틱을 상대한 앙리는 4-2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페널티킥을 넣은 뒤 양 무릎을 꿇고 하이버리 잔디에 입을 맞췄다.
2012년 왕의 귀환
아스날을 떠나고 5년 만에 다시 임대로 복귀한 앙리는 2012년 1월 10일 리즈 유나이티드와 FA컵 64강전에서 놀라운 결승골을 뽑아냈다. 마루앙 샤막을 대신해 교체로 들어간 앙리는 알렉스 송의 전진 패스를 받아 반대편 골문을 향해 감아차면서 역사적인 골을 터뜨렸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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