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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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논란' 걸그룹, 개운치 않은 해명의 뒷맛

기사입력 2014.11.21 07:05 / 기사수정 2014.11.21 01:44

한인구 기자
프리츠 ⓒ 팬더그램
프리츠 ⓒ 팬더그램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신인 걸그룹 프리츠가 단 번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한 행사에서 검은 드레스 의상을 입은 채 왼팔에 붉은 완장을 둘렀기 때문이었다. 독일 나치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 그룹은 비난 속에서도 이름을 톡톡히 알렸다. 소속사 측에서는 그룹의 의지와 포부가 꺾인다며 의상을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들의 해명 속에서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지난 13일 "한국 신인 걸그룹 프리츠가 나치의 상징물을 연상시키는 붉은 완장을 차고 무대에 올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프리츠는 이달 초 경마공원 행사에서 'X'자 문양이 새겨진 붉은 완장을 두르고 공연에 나섰다.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소식이 퍼져나갔다.

프리츠의 소속사 팬더그램은 20일 "X자로 된 네 방향으로 뻗은 화살표는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의미로 사방으로 멀리 뻗어 나가 소통과 화합을 하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면서 "하켄크로이츠를 연상하게 하여 불편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룹의 의상은 나치와 연관이 없고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프리츠가 '희망을 주는 밝은 그룹'이라는 것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팬더그램의 해명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소통과 화합을 표현할 방법이 붉은 완장뿐이었겠느냐는 것이다. 그들의 붉은 완장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나치의 이미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대중은 프리츠가 떠들썩한 반응을 업고 관심을 받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외신의 보도일과 새 앨범의 발매일이 동일하다는 것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팬더그램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 측에서 확인차 전화를 걸어와 보도된 날 해당 기사를 알고 있었다"면서도 "우연히 날짜가 겹쳐 일부러 콘셉트를 내세운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1월께 프리츠가 일본에서 이틀에 걸친 쇼케이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국주의 상징물과 관련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활동을 앞둔 것이다. 소속사의 해명처럼 자신들은 아무 의도가 없다고 생각해 추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프리츠의 붉은 완장이 189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이어져 온 일본의 과거 제국주의와 맞물려 국제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

또 관계자는 "멤버들이 워낙 밝은 성격들이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여론은 들끓고 있는데 정작 내부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듯했다.

'희망을 주는 밝은 그룹'이라는 것을 알리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봉사활동이나 그룹의 슬로건을 지키기 위해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을 할 것이다"고 전했다. 프리츠의 슬로건은 '당신 곁엔 우리가 있으니까'다.

앞서 팬더그램은 "프리츠 팀명(Pretty Rangers In the Terrible Zone)의 뜻은 무서운 동네의 귀여운 특공대다. 세계에 평화를 방해하는 단체들과 테러를 일삼는 무리들, 권력자들이 명분 없이 저지르는 만행과 학살에 수많은 생명이 희생양이 되는 현실에도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에서는 인권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처형이 난무하고 있다. 독재국가에서 위태로이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을 위해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자는 뜻을 담고, 그러한 무서운 동네의 실상을 알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팀"이라고 덧붙였다.

나치는 인종주의 정책을 펼쳐 유대인과 집시를 포함한 소수 민족 등을 철저히 박해했다. 죄 없는 무수한 사람들이 죽음을 맞닥뜨려야 했다. 프리츠는 팀명의 뜻과 달리 정반대의 길을 가는 듯하다. 희망을 강조하는 그룹이 되레 왼쪽 팔에는 붉은 완장을 차고 있다.

가수는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다. 자신의 노래에 귀 기울여주는 팬들 덕분에 가수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본연의 의도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판단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프리츠 관계자들은 마음 한쪽으로 미소 짓고 있을지 모른다. 대형 기획사가 큰 흐름을 단단히 쥐고 있는 현재의 가요계에서 그나마 '이름'이라도 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제성만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없다. 선정성 수위를 훌쩍 넘긴 콘셉트를 내세웠던 신인 여자그룹들이 쉽게 잊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룹명만 알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프리츠가 왼쪽 팔에 찬 완장이 그들을 항상 따라다닐 '나치'라는 낙인이 될 수 있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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