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팀 경기 시상대에 오른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다애(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윤희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엑스포츠뉴스=인천, 조영준 기자] 한국 리듬체조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팀 경기 은메달을 획득했다. 시상대에 오른 4명의 선수들 중 유독 눈물이 멈추지 않는 이가 있었다. 대표팀의 '맏언니' 김윤희(22, 인천시청)는 시상식은 물론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에서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손연재(20, 연세대) 김윤희 이다애(20, 세종대) 이나경(16, 세종고)로 구성된 한국 리듬체조 대표팀은 지난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 및 팀 경기 결선에 출전해 총점 164.046점을 합작했다.
170.130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2위에 오른 한국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팀 경기 동메달 획득 이후 12년 만의 값진 결과물이었다. 손연재와 김윤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 출전했지만 4위에 그치며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당시 한국 리듬체조 대표팀은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원조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23)와 이경화(26) 여기에 손연재와 김윤희로 구성된 한국은 팀 경기 메달 획득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3위 경쟁을 펼친 일본에 밀리며 끝내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멤버 전원은 통한의 눈물을 흘렸고 4년을 기다렸다. 특히 대표팀에서 끊임없이 파이팅을 외친 김윤희의 각오는 남달랐다. 팀 경기를 마친 그는 울음을 그치지 못하며 "맏언니인데 볼과 후프에서 실수를 해 미안하다. 같이 고생해준 연재, 다애, 나경이에게 고맙고, 나 때문에 조금 피해를 본 것 같아서 가장 미안하다. 실수해서 아쉽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다. 응원해주신 분들에게도 죄송스럽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윤희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 및 팀 경기 결선 후프 연기 도중 실수로 당황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손연재와 신수지의 그늘에 가려진 그는 꾸준하게 국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선수 생활을 지속했지만 끊임없는 부상으로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이 발생했고 무릎의 상태도 심각했다. 세종대를 졸업한 그는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인천시청의 도움으로 소속팀이 생기면서 또다시 아시안게임 출전이 가능해졌다.
김윤희는 이번 대회와 오는 28일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다. 그동안 미뤄왔던 무릎 수술도 받을 계획이다.
신수지는 공중파 해설가로 이번 경기를 지켜봤다. 한 때, 한국 리듬체조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그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기회가 있었다. 뛰어난 유연성을 지닌 그는 '백 일루션(한쪽 다리를 머리로 올린 뒤, 수직으로 원을 그리는 기술)'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화젯거리였다. 하지만 신수지 역시 발목을 비롯한 부상으로 날개가 꺾였다.
신수지와 김윤희 보다 앞선 세대였던 이경화(26)와 신언진(25)도 한국 리듬체조를 대표한 선수였다. 신언진은 2006년 아시아선수권 개인종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신수지는 3년 뒤에 열린 이 대회 개인종합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의 꿈은 손연재로 이어졌고 런던올림픽 5위와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4위, 그리고 월드컵 11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팀 경기 은메달을 획득한 손연재는 "나 혼자가 아닌 다 함께 딴 메달이라 더 기쁘고 뜻깊다"며 소감을 전했다.
손연재는 개인종합 예선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이 자리는 손연재 개인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과거 뜻을 이루지 못한 '언니들'의 무대이기도 하다. 손연재는 "종목 모두 큰 실수 없이 마무리했기 때문에 좋은 경기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이 있지만, 보완해서 잘 하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신수지가 '2013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시구상을 수상했다 ⓒ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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