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표팀이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기뻐하고 있다. ⓒ AFPBBNews
[엑스포츠뉴스=고양, 나유리 기자] 40년만의 금메달을 놓쳤지만, 40년만의 은메달을 얻었다. 이란 남자 펜싱 대표팀이 값진 선물을 목에 걸게 됐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남자부 사브르 단체전이 열린 24일 고양실내체육관. 준결승전에서 한편의 역전 드라마가 탄생했다.
한국과 홍콩이 레드피스트에서 결승 진출 티켓 1장을 놓고 다투는 사이, 바로 옆 블루피스트에서는 중국과 이란이 맞붙었다.
얼핏보면 중국의 우세가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중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지난 2006 도하 대회, 2010 광저우 대회에서 한국을 제치고 이 부문 금메달을 휩쓸었고, 이번 대회를 통해 내심 3연패까지 내다보는 상황이었다. 최근 아시아 펜싱의 주도권을 한국에게 내줬지만 여전히 중국은 한국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라이벌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중국과 맞붙은 이란의 기세가 무서웠다. 승부는 마지막 9라운드, 마지막 주자의 손에서 결정됐다. 이란의 마지막 선수이자 '이란 펜싱의 간판'인 모이타바 아베디니가 중국의 슈잉밍을 상대로 분전했다. 그리고 혼자서 8점을 내리 얻는 괴력을 발휘해 승부를 44-44, 원점으로 돌렸다.
남은 시간은 채 1분도 안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동시타에 나섰다. 주심이 중국의 손을 들자 중국 선수들이 일제히 뛰어나와 열광했다. 하지만 아베디니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기적적으로 결과가 뒤바뀌었다. 주심은 판정을 번복해 이란쪽에 손을 들었다. 그토록 바라던, 40년만의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결승에서 한국을 만난 이란 대표팀은 초반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3라운드까지 단 1점차 승부로 매서운 공격력을 보여줬다. 한국에게도 충분히 위협적인 상대였다. 중반 이후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며 사실상 패배가 확정됐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금메달 못지 않게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란 펜싱 대표팀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총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를 따냈다. 하지만 그중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가 1974년 자국에서 개최됐던 제 1회 테헤란아시안게임에서 얻은 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1998 방콕 대회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 2006 도하 대회 남자 에페 단체전 동메달, 에페 개인전 알리 야구비안의 동메달이 전부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아베디니는 지난 2012 런던하계올림픽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하며 이란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로 기록돼 있다. 그리고 아베디니가 이끈 이란의 남자 펜싱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40년만의 은메달로 또 하나의 역사를 쓰며 진일보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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