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사비 에르난데스가 손을 들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사비 에르난데스(34·FC바르셀로나)가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
사비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대표팀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00년 11월 16일 네덜란드를 상대로 열린 A매치를 통해 데뷔했던 사비는 14년 만에 추억을 남기고 무적함대를 떠나게 됐다.
중원사령관의 화려한 퇴장이었다. 사비는 스페인 대표팀으로 A매치 133경기에 출전했다.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는 가장 많은 출전 기록으로 스페인 대표팀 중원의 열쇠를 쥐고 있던 사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A매치 13골을 기록했고 최근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주요 대회에서 활약하던 사비는 스페인 축구의 아이콘이나 다름 없었다. 세계를 뒤흔든 점유율 축구는 대부분 사비의 발 끝에서부터 시작된 패러다임이었다.
정점에 오른 것은 유로2008이었다. 유로2008부터 시작된 스페인의 패싱축구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사비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을 견인한 후 유로2008에서도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본인은 대회 MVP의 영예를 안으면서 현대 축구의 중심인물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일명 '패스 마스터'라고 불리던 사비도 세월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나이를 하나둘 먹어가면서 이전의 기량을 지속적으로 발휘하기 힘들게 됐다. FC바르셀로나는 물론이고 대표팀에서도 점차 사비의 활용폭은 좁아졌다.
결국 사비는 박수칠 때 떠나게 됐다. 브라질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택했다. 그는 "유로2012 이후 은퇴하려 했지만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의 만류로 하지 못했다. 함께 브라질에 가자고 했다"면서 "결국 대회는 큰 실망으로 남았다. 모든이들에게는 물론이고 나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사비가 떠남에 따라 무적함대도 중대한 기로에 섰다. 사비 이후 새로운 중원의 대안을 찾을 필요성이 생겼다. 사비의 존재감이 워낙 컸던 탓에 더 크게는 새로운 세대를 준비하고 색깔과 축구 이념에 손을 대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많은 후계자들이 등장한 점은 고무적이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필두로 코케, 세스크 파브레가스, 하비 마르티네스 등은 사비의 패스 마스터 자리를 이어갈 후보군으로 꼽힌다.
유로2016 대회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자존심 회복은 물론, 사비를 기준점으로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가 계속 이어지느냐, 종말을 고하느냐의 문제에도 얽혀 있다.
떠나는 사비는 무적함대의 전진이 이어지길 바랐다. 그 선장으로도 델 보스케 감독이 여전히 적합하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는 "델 보스케 감독이 계속 대표팀을 맡았으면 한다. 그 일에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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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