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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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업&다운] 월드컵, 무승부에도 '으리'는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4.06.18 17:32

김형민 기자
이근호가 러시아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이근호가 러시아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조별리그가 한 바퀴를 돌았다. 모든 팀이 한 경기씩 소화했고 브라질과 멕시코만이 2경기를 치렀다. 이름도 다름 아닌 월드컵이다. 모든 경기에는 세계 최대 축구 축제, 월드컵에 대한 '으리'가 필요하다.

무승부에도 이 '으리'가 필요했다. 모든 선수들이 갈망했고 최고의 무대에서 뛰는 데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무승부 경기들도 각자 나름의 사정이란 것이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만든 무승부라면 환호와 격려를 받아야 마땅하다.

같은 아시아 두 팀, 한국과 이란이 다른 행보를 걸었다. 같은 무승부지만 느낌은 상반됐다. 이란이 먼저 나섰다. 17일(이하 한국시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이란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0-0 무승부를 거뒀다.

그들의 모습은 처음부터 0-0을 갈망한 듯 보였다. 적극적인 공격태세를 버린 채 임했던 경기는 이번 대회 치악의 경기라는 낙인이 찍힌 채 관중들의 야유와 비난을 들어야 했다. 힘이 빠졌다. 대회 첫 무승부였지만 팬들은 이러한 무승부는 원하지 않았을 테다.

다음날인 18일 두 번의 무승부가 나왔다. 하지만 내용은 판이했다. 브라질은 멕시코와 비겼고 한국은 러시아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모두 자랑스러운 승점 1이었다. 각자 목표는 승리였기에 아쉬웠지만 90분동안 긴장감 높은 경기를 보여준 4팀은 고개 숙일 필요가 없었다.

#1. 'UP' 이근호

대한민국 국군 병장, 이근호가 브라질에서 포효했다. 이근호는 18일 브라질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후반 22분 행운과 의지가 함께 담긴 선제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그야말로 히든카드였다.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마친 대표팀은 후반전부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중심에는 이근호가 있었다. 후반 11분 한국은 박주영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했다.

그라운드에 이근호가 나서자 공격은 피가 돌았다. 후반 22분에는 일을 냈다. 다소 먼 거리에서 이근호는 과감하게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순간 의외의 장면이 연출됐다. 발을 떠난 공은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프의 손에 걸렸지만 제대로 잡지 못해 그대로 골문 안으로 향했다.

비록 선제골을 내준 6분 뒤 알렉산더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무승부를 거뒀지만 이근호의 선제골은 한국을 충분히 들썩이게 했다.

교체카드 이근호의 성공에 대해 홍 감독은 "이근호에게 후반 상대 수비수 스피드와 체력이 떨어질 부분을 대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 주문했다"면서 "박주영이 수비부분에 대해 잘해줘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후반 22분에 이근호 투입이 낫다고 판단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고르 아킨페프가 한국전 실책성 플레이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이고르 아킨페프가 한국전 실책성 플레이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2. 'DOWN 이고르 아킨페프

러시아의 수문장 아킨페프가 자존심을 구겼다. 아킨페프는 한국과의 1차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후반 22분 이근호의 오른발 슈팅을 잡으려다 놓쳐 선제골을 내주는, 어처구니 없는 장면을 연출했다.

러시아 최고 골키퍼 답지 못했다. 아킨페프는 러시아에서는 '제 2의 야신'이라 불리던 인물이었다. 한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골문 지키미가 될 가능성도 제기될 정도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1991년 CSKA모스크바에 입단한 아킨페프는 러시아 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명성이 자자하다. 2004-2005시즌 UEFA컵 우승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따. 당시 그는 홈에서는 절대 골을 허용하지 않는, 홈경기 무실점의 대기록을 작성했고 2012-2013시즌 러시아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아킨페프의 명성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진정한 기름손으로 전락했다. 경기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프리킥과 중거리슈팅을 바로 잡아내지 못해 불안함을 보였다. 결국 후반 22분에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과오를 범하고 말았다. 2차전과 3차전을 남겨둔 상황에서 아킨페프로서는 한국전 실점 장면을 빨리 털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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